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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완역 이옥전집 2 :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
  • 이옥
  • 27,000원 (10%1,500)
  • 2009-03-09
  • : 250
-20260606 저자:이옥.

책의 제목을 보고 작은어린이가 ”왜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지?“ 했다. 읽어 놓고도 기억이 안 나서 그 부분을 다시 보았다.
그물 하나로 고기잡이를 생업 삼던 어부가 호랑이와 이무기의 방해로 겨우 그들을 물리쳤지만, 이런 시련이면 하늘이 나보고 고기 잡지 말라는 거야, 그물 찢고 굶어 죽자, 했다는 거다.
이옥은 성균관 생활도 했고, 과거 급제도 몇 번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뽑아 놔도 정조가 볼 때마다 에헤이, 이딴 잡스러운 문체, 걔 군대 보내(충군), 하고 지방으로 내쫓겼다. 사면복권이 되긴 했는데, 그러면 다시 과거 응시 가능하도록 본인이 서류를 내는 절차가 있었는데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안 내서 결국 벼슬길 근처도 못 갔다.
그물 찢은 어부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왕한테 내침 받은 걸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옥의 글이 담긴 책 네 권째(중복된 글 많음) 읽다보니, 그의 삶이 불행했다 단정할 수도 없겠다. 글쓰기가 좋아서, 내키는 대로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썼고, 왕한테 혼나면서도 그냥 제 글투가 이렇게 생겨 먹은 걸, 하면서 계속 썼다. 여기저기서 재미있는 이야기 들으면 적었다. 담배도 뻐끔뻐끔 피워가며 국순전 비슷하게 담배 의인화 한 글도 썼고, 아예 담배에 대한 책도 따로 하나 썼는데 전집3권에 실려 있어서 아직 안 읽었다. 생전에는 자기가 전을 쓴 류광억처럼 양심 팔아 글을 돈으로 바꾸지는 못했겠지만, 지금도 널리 읽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백 몇 년 지나서도 읽는 사람이 있다. 아, 살아있을 때도 김려란 친구가 후히 읽어주고, 이옥이 죽은 후에도 그 원고 챙겨서 필사해서 여러 권의 책으로 내주기도 했다. 독자란 그렇게 한 명만 꾸준히 있어도 만족할 일 같다.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독자가 되어도 좋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살아생전에 뭔 덕 보겠다고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쓰는 게 재밌고, 자기 거 읽는 게 재밌으면 쓰는 거다. 딱히 할 일 없고 한가하면, 그런데 그 한가함이 불안한 사람들은 또 쓰는 거다. 흰 바탕을 빽빽하게 검은 글자로 가린다. 누가 읽어주면 좋은 거고 아니어도 그만이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죽어버린 쓴 이는 절대 모르겠지만 미래의 사람들이 발견하고 읽고나서 하하호호 하는 거다.

하하호호하면서 적당히 읽고 적당히 쓰면서 살 수 있는 삶이면,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면 조금 만족해도 되지 않겠니? 그렇게 읽고 쓸 에너지를 마련해주는 돈벌이를 조금 덜 미워해도 되지 않겠니? 이옥처럼 밭에 오이며 담배며 이거저거 키워 적당히 먹고 살 정도의 땅 있는 양반이면 조금 더 자유롭겠지만, 도시의 현대인은 자기 몸뚱이를 밭뙈기려니 하고 그럭저럭 삶을 꾸려 나가렴.

+밑줄 긋기
-내가 볼 때에는 그 모습이 해산하고 갓 일어난 것 같고, 목욕하고 빗질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사내에게 매 맞고 버림을 받아 울면서 대충 머리를 추슬러 놓은 것 같았다. (87, 미감 심하게 섬세한, 외모품평 오지는 이옥 선생. 영남 젊은 아낙들의 머리 모양-생채계- 흉보는 글마저 남겼다.)

-요컨대, 종이는 흔한데 글씨는 귀한 까닭이다. (112, 입춘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계속 춘첩을 써달라고 해서 사흘 낮밤 몇 백 폭을 썼다 한다. 웹소설 작가 조르는 독자들 줄선 느낌이다..)

-천재지하에 이목을 괴롭히는 음란한 소리를 하는 자는 그 죄가 진실로 큰 것이다. 어찌 저 거짓말로써 거짓말을 불려 스스로를 짐짓 망언하는 부류로 만들어 다만 남의 한 번 웃음을 더하는 것과 같단 말인가? 그러나 떡갈나무 판에 새기고 닥나무로 만든 흰 종이에 찍으니, 두 나무 또한 원통할 일이다. (132, ‘언문소설’ 중. 나무야 미안해의 원조. 그나저나 픽션 안 좋아하셨던 옥이씨. 본인 글은 팩션이라 봐주는 거냐.)

-사람들이 말하기를, “폭포가 거쳐 오는 길에 옛날에는 돌부리가 있어서 마치 기름장수가 기름을 쏟아 붓는 것 같았다. 폭포 물이 멀리 날아가 더욱 기이하였는데, 주민들이 감사와 고을 원이 놀러 오는 것을 괴롭게 여겨 그것을 쪼아 무너뜨렸다”고 한다. 지금도 쪼은 흔적과 다녀간 사람들의 이름이 있다. 슬프다, 벼슬아치가 명승지에 누를 끼치는 것이 많다. (159, ‘폭포 구경’ 중. 예나 지금이나 높은 사람들은 있던 돌부리도, 산도 막 없애고 사람들을 귀찮게 한다.)

-세상에 그대가 없다고 하여 손실될 바 없고, 그대에게 세상이 없어서 또한 욕될 바가 없다. 그러니 그대는 그대의 뜻을 행하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따를 것이다. 그대가 돌아가지 않으면 누가 돌아갈 것인가? (207, ‘매미의 권고’ 중. 자호 ‘매암’이 매미소리 같다며 얼른 집에 가! 하는 소리로 듣고 있다.)

-한 번 휘두르면 술에 취한 듯하고, 두 번 휘두르면 병든 듯하고, 세 번 휘두르면 비로소 고요해진다.
(222, ’파리채에 새긴 글‘ 중. 이옥의 파리 잡기 삼단계)

-천하가 버글거리며 온통 이끗을 위하여 오고 이끗을 위하여 간다. 세상이 이를 숭상함이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끗을 위하여 사는 사람은 반드시 이끗 때문에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이를 말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이끗을 위하여 죽기까지 한다. (350, ‘류광억 전‘ 중. 문제집에 가끔 나오던 과거 대리 시험 봐주던 류광억 이야기가 재밌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끗, 이재에만 몰두하는 삶이 많다. 나도 점점 그러는 거 같아서 싫으네.)

-“내가 너희들에게 이 풍류 소년을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일에 당해서 진실로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뜻을 세우면 규중의 처자라도 오히려 감동시킬 수 있거늘, 하물며 문장이나 과거야 왜 안 되겠느냐?”하셨다. (362, ‘심생 전’ 중. 이것도 문제집에서 많이 보던 이야기였다. 특이한 게 욕먹을까 봐 그랬는지 기이한 연애담 뒤에 사실 이건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이렇게 돌려막는 게 잔망스러웠다. 과거급제보다는 그래도 연애가 더 쉬울 것 같은데…)

-그러므로 그 사람에 가탁하여 장차 시가 될 적에, 물 흐르듯이 귀와 눈을 따라 들어가 단전 위에서 머물다가 줄줄 잇달아 입과 손끝으로 따라 나오는 것으로, 그 사람의 주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석가모니가 우연히 공작의 입을 통해서 뱃속에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공작의 꽁무니로 다시 나온 것과 같다. (405, 그렇다면 소설은 소설의 신이, 독후감은 독후감의 신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렷다)

-그 마음이 간질간질하여 마치 천 마리, 백 마리의 이가 간에서 두루 달리는 것과 같다. 나는 또한 오장육부를 다 기울여 이 이들을 쏟아내 놓은 뒤에야 그만둘 수 밖에 없다. (415, 왜 쓰냐건 웃지요)

-한가함은 진실로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중략)
다만 한가함을 해소하는 데 소용이 된다면 또한 반나절의 도움은 될 것이다. (447-448, ‘김신사혼기제사’ 중. 공부도 안 되고 한가해 죽겠어서 3일 만에 쓴 희곡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재미로 봐라, 한다. 글 안 쓰면 병나는 병에 걸린 옥이 아저씨)

-임장: 한성부 공문에, 오부 안의 각 동네 늙은 도령을 책으로 엮어 보고케 하고, 관가에서 혼례를 도와 며칠 내로 혼인을 이루어준다 하였소. 좋구나 좋아. 늙은 도령 장가갈 시절이니 좋은 술 한 잔으로 나에게 대접하지 않을 수 없겠소. (457, 스물여덟 늙은 도령이 혼인 못한다고 한탄하는 중에 국가에서 중매해 줌. 시장이 아니라 나라에서 공영화 중매 서비스를 운영하면...다 망하려나. 전과 같은 건 잘 걸러줄 듯. 완전 픽션인지 알았더니, 정조실록에 비슷한 공공서비스 기사가 남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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