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2 (저자:올리버 몰턴)
콩, 향신료, 양파, 당근, 수많은 먹을 것들을 식물이 준다.
단백질 음료도 한 잔 마셨다.
우유 단백질이지만, 젖소가 풀을 뜯어먹은 덕에 내 몸의 구성 성분이 될 수 있었다.
엽록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피부는 내가 좋아하는 초록이 될 것이다.
아침에 동쪽 뜨는 해를 향해 걸으며 출근한다.
오후에 서쪽 지는 해를 향하며 집에 온다.
아마 출근하지 않아도 나는 물과 햇빛과 광물질 조금이면 든든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산소를 배설하겠지. 아휴 깔끔한 인생.
그렇게 단순하게 광합성을 생각해 왔는데, 생각보다 단순하지가 않았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산소와 전분이 되는 과정이 슝- 하고 일어나는게 아니라 수많은 화학물질로의 변형과 효소와 분자 수준의 변화와 광자의 일 같은 게 개입되어 있었다.
사실 그런 건 읽어도 잘 모르겠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캘빈/벤슨 회로는 생명이나 광합성이나 햇볕 다룬 책에서 계속 나왔는데, 루비스코 단백질 효소도 이름 예쁜 게 자꾸 나오는데, 뭐하는 애들인지는 까먹고 이름만 남았다.
지구 생태계가 변해서 식물이 살 만한 세상이 되어 지금처럼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조류나 식물들이 열심히 살려고 애쓴 덕분에 대기의 산소량과 이산화탄소량과 온도가 변하고 그들이 속한 계의 성질이 달라지기도 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식물과 조류는 우리가 살기 좋을 만큼의 산소 농도와 온도를 만들어 줬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 전 죽은 식물과 미생물에 갇힌 이산화탄소와 그 친구들을 펑펑 내보내서 스스로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꽤 낙천적이었다. 연구 개발에 투자 열심히 하면 핵폭탄 만든 것처럼 기후 재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과학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보였다. 그렇게 무언가 믿을 수 있는 게 있어야 낙관도 가능한 것 같다.
지구가 너무 더워지면 우리는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생명체들이 또 지구를 차지하고 살 것이다. 어떤 식물들은 사라지겠지만, 또 어떤 식물들은 뜨거운 지구가 좋아서 하늘 높이 쭉쭉 뻗어 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종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뭐든 덜 쓰고 덜 내보내고 하는 게 좋겠지. 아니면 미래 세대야 미안해, 그치만 미래는 없어, 하고 인류는 진화에서 도태되겠다.
+밑줄 긋기
-체계는 가역적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는 어떤 실재의 정수를 보는 좋은 방법은 뒤집어 생각해 본다거나 위아래를 바꿔 보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95, 나도 말장난 같은 걸로 내 아이들을 이렇게 기르고 있지만…)
-그(식물영양학자 아르논)는 또한 지구적 차원에서 원소의 순환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산화탄소, 물, 암모니아 등 원소가 식물과 동물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 이 성분들은 분해와 부패를 거친 화학적 과정의 최종 산물이다. 셀 수도 없는 모든 생명체들이 죽은 뒤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따라서 죽음, 즉 현재 세대의 완전한 분해는 새로운 생명체의 근원이다.”(101)
-말년에 아르논은 ‘유기농 식물’이라는 상품 개념을 비웃곤 했다. 유기 생명체이지만 아르논이 보기에 식물을 키우고 유지하는 성분은 비료에서 나왔든 화학 공장에서 나왔든 무기화합물이라고 강조했다. (102, 화학 공부하신 분들에게 늘 듣는 말...마케팅과 화학의 충돌)
-그(미첼)는 막에 끼어 있는 시토크롬이 기질에 있는 수소 이온을 틸라코이드 내막으로 보낸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틸라코이드 내부에 든 수소 이온의 농도가 외부보다 높아진다. 여기에서도 열역학 제2법칙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열역학 법칙에 따라 한 공간에 농축된 이온은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막에 박힌 관문을 따라 틸라코이드 탑에 쌓인 수소 이온이 다시 기질의 열린 공간으로 빠져나갈 때 이온의 열망으로 표현되는, 일을 할 수 있는 활동 전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온이 관문을 통과해 빠져나갈 때 에너지를 내놓는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관문은 ADP를 ATP로 전환한다. 물이 아래로 흐를 때 물레방아가 물리적인 힘을 내듯이 막에 박힌 관문 단백질은 수소 이온이 흐를 때 화학적 에너지를 내놓는다. (116-117, 이 책에서도 다른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처럼, 막과 양쪽의 차이가 만드는 흐름, 에너지가 나온다.)
-L, M단백질은 비슷한 꼴이었고 대칭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막의 평면을 따라 측면에서 보면 피곤한 두 자매가 서로의 어깨에 고개를 처박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발목과 발은 막의 한쪽으로 삐져나와 있다. 뒷머리는 막의 반대쪽을 향한다. 한쪽 끝에서 막을 내려다보면 이들은 마치 보디빌더가 팔 근육을 보여줄 때처럼 손을 엇갈려 잡고 악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전자를 방출하는 특별한 엽록소 쌍은 마주 잡은 손아귀에 자리잡고 있다. (164, 반응센터 내 발견 단백질을 일반인에게 설명하기 위한 분투가 느껴진다.)
-이제 남세균은 먹잇감으로 삼켜진 존재가 아니라 진핵세포 내부에서 과일을 수확할 수 있는 과수원이 되었다.
진핵세포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일은 없었다. 자신의 몸에서 음식물이 생산된다면 굳이 스낵을 사러 멀리 갈 필요도 없다.(246, 나도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숙주의/핵/안에/유전적으로 많은 것을 빼앗긴 상태를 노예화라고 흔히 간주한다. 하지만 단순한 삶을 살기로 작정한 엽록체가 극단적 긴축 정책을 벌여 고달픈 삶의 근심을 줄일 수 있었다고 의인화하기도 한다. 잃어버리긴 했지만 핵 안에 편입된 엽록체 유전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단백질로 변역된후 다시 엽록체로 운반된다. 그러므로 엽록체는 유전자를 유지하는 데 걱정할 필요가 크게 줄어든다. (247, 단순해지는 게 행복일지도 몰라.)
-식물은 동물처럼 주변으로 돌진하거나 심장을 펌프질하고 날개를 퍼덕이거나 팔다리에 신경 자극을 가할 에너지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근육의 조밀함을 피하고 잎의 느슨함을 선택했다. 그들의 삶은 풍광을 가로질러 앞뒤로 움직이는 동선을 그리지 못한다. 대신 그들은 싹과 둥치와 가지에 기록을 남길 뿐이다. 동물이 행동하듯 식물은 형태를 가진다. 그들의 역사가 그 형태에 상세히 기록된다. (272, 식물 입장-이것도 의인화에 불과하겠지만-에서 생각을 못해 봤었다.)
-모든 것이 봄날의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루비스코 단백질만큼이나 어렵게 만들어진 향기가 공기 중을 배회하고 있다. (317, 효소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마틴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게 철이 가득한 몇 척의 배를 줘. 그러면 빙하기를 가져올게.”(…) (왓슨의) 이 실험에서 뉴질랜드 남쪽 바다에 몇 톤의 철을 떨어뜨리자 위성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했다. (339, 내게 돈이 가득한 몇 척의 배를 줘. 그러면 잘 살게.)
-산책처럼 혹은 이야기처럼 생명을 만들었던 지구는 끝을 향해 간다. 바다가 다운스를 잉태했듯 우리도 먼 미래에 찾아올 모든 것의 죽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에 형상을 부여했다. (356, 우리는 아무래도 세상의 죽음보다 우리의 죽음만 먼저 보고 가겠지만...)
+불편한 문장/문단과 오탈자들 (골라내다 지쳐서 일부만...)
읽다가 포기해 버린 닉 레인 아저씨의 ‘트랜스포머’ 마지막 참고할 책 소개목록에 이 책이 있었다. 마침 내가 사 두기도 했으니 잘 됐네, 하고 얼마 뒤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30여쪽 읽었는데 엉망진창 비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번 읽게 만들지만 뜻을 알아듣는데 큰 지장은 없었는데, 이게 반복되니까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참을 수 있을까? 싶었다. 좋은 번역과 편집을 만나는 건 그러니 축복일세… 그러니까 굉장히 미묘한 데서 불쾌함의 골짜기를 만나는 일을 페이지마다 당하니까 내가 독해력이 망가졌나 싶었다. 그래서 AI돌리니 적당히 문장을 끊어서 다시 써 줬다. 가독성은 훨 낫지만 책 전체를 이렇게 옮겨가며 읽을 순 없다.
그래도 100쪽쯤 되면 적응되서 (사실 더 어려운 반응, 물질들이 등장해서 문법에 신경쓸 새가 없어진다…) 읽을만 했다. 틈틈이 읽다보니 한 달도 넘게 걸렸다.
-비록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두 명의 선구자 그리고 마땅히 받아야 할 영예를 거의 부정할 뻔했던 당대 최고의 화학자 멜빈 캘빈과 함께, 이 늙은 현자는 지구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한 가지를 발견했다. (33, 맥락상 부정당할 뻔했던 게 맞을 듯)
->비록 끝까지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두 명의 선구자와 함께 지구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하나를 밝혀내는 데 기여했던 이 늙은 학자는, 당대 최고의 화학자 멜빈 캘빈과 더불어 마땅히 받아야 할 영예를 거의 부정당할 뻔했다.(강조점이 발견에서 영예로 옮겨져 버리긴 함)
-물리학의 파도와 파동 방정식의 포효에 화학의 바다 절벽이 끊임 없이 침식되고 있다는 말이 당시 새로운 화학의 풍광을 가장 잘 묘사했을 것이다. (34, 어색한 과거형 묘사했을 + 성가신 -것이다.)
->물리학의 거대한 물결과 파동 방정식의 거친 진동 속에서, 화학이라는 세계는 바다의 절벽처럼 조금씩 깎여 나가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장면을 새로운 화학의 풍경으로 그렇게 묘사하곤 했다.(이건 마지막 문장을 너무 새로 지어내 버린 느낌이다.)
-이런 말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 폴링만 남아있다고 해도 칼텍의 화학과는 여전히 미국 최고일 것이라고 말이다.(35, 이런 말도 있었다. 한 다음 -일 것이라고 말이다. 이거 호응이 맞는 걸까)
->이런 말이 돌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떠나고 폴링만 남아 있어도, 칼텍 화학과는 여전히 미국 최고일 것이라는 농담 같은 평가였다.(기계 놈이 뉘앙스를 따지는 시대에 난 살고 있어…)
-그는 모든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매력을 느꼈으며,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에 걸친 분야였다. (37, 두번째 절 주어 어디감…)
->그는 모든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매력을 느꼈으며, 그 연구 분야는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에 있었다.(기계 놈이 주어 찾아줌)
-물이 아래도 흐를 때->물이 아래로 흐를 때(116)
-과학자들을 결론을 내렸다.->과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2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