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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헬로 쌔드니스.
반유행열반인  2026/05/08 22:38
  •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 13,500원 (10%750)
  • 2019-09-16
  • : 2,316
-20260508 (저자:프랑수와즈 사강)

책을 다 읽고 한 일은, 엄마에게 계좌로 십만원을 부쳤다. 오늘이 어버이날인 것을 오후 열시 쯤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녁은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읽은 책은 엄마 없는 아이가 엄마가 될 뻔한 여자를 잃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들을 찾아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장르를 나누고, 우열을 가리고, 호불호를 따진다. 그런데 이제와서 드는 생각은 뭐 재미있으면 됐다.

사강의 책은 ‘패배의 신호’를 먼저 읽었다. 그 책도 성공했다지만,(페라리 뽑음) ‘슬픔이여 안녕‘은(재규어 뽑음) 여기저기서 빠지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래서 엄청 미뤄뒀던 것 같다.

일단 짧아서 좋았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감정과 관계와 인간의 욕망 같은 게 밀도 있게 압축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잘 썼다고 좋아하는 것이다. 잘 썼다. 그러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시기하고 험담을 했겠지. 남의 성공에 배아픈 사람은 참 많다.

유독 프랑스 소설들 보면 휴가를 가고, 거기서 해변에 늘어져라 쉬다가, 수영하다가, 권태를 느끼다가, 갑자기 사랑하다가, 갑자기 누가 떠나거나 죽어버리고, 막판에 폼잡고 끝난다. 유한 계급의 이야기이다. 아, 나도 해변에서 빈둥대면서 몇 주 몇 달씩 휴가를 보내고 싶구나...

아버지와 딸이 등장하지만, 사실 둘다 백치 같이 덜 자란 애새끼들이고, 그런 애들도 좋다고 달려드는 주변 인물 덕에 그 인물들이 매력있게 그려진다.
인물의 주인공됨이나 아름다움도 결국 상대적이고, 주변 인물들의 개성과 다양함이 양각 판화의 배경처럼 깔려서 주인물들을 두드러지게 한다.

제목의 안녕이 봉쥬르, 인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더 나은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마무리는 그냥 닭살 돋았다.

세실이 안에 대해 갖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한참 그려놨는데도, 안을 선망하고 좋아하고 그냥 따르고 싶고 그러면서도 밀어내는 감정이 잘 와닿지를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안의 떠남과 죽음에 절절한 감정을 보태는 게 저게 뭐야 싶었다. 와 싸이코패스인가 별 장난은 다 쳐놓고선.

누구도 필요 없는, 나는 겪어본 적 없는 친밀함과 공범 의식 같은 걸 가진 아버지와 딸의 모습은, 이게 부러운 것도 아니고, 한심해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렇게 지들 마음대로 살아도 살아는 지는게 고깝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어느 정도 내 마음대로 살고 있으니 나라는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는 고까울지도 모르겠다.

+밑줄 긋기
-난생처음으로 나는 그런 특별한 기쁨을 경험했다. 어떤 존재를 간파하고 찾아내고 백일하에 드러낸 다음 명중시키는 즐거움. 과녁으로 삼을 누군가를 찾아헤맸고, 발견하자마자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즉각 방아쇠를 당겼다. 명중! 내가 모르던 경험이었다.(지배와 조정, 가스라이팅, 음모와 계략, 통제력과 권력욕, 사람들은 이런데서 대리만족을 느낄까.)

-그녀는 많은 여자들이 간 길을 따랐고 알다시피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죠. 젊은 시절 중산층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었고 그 상황에 안주해 거기서 벗어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 그 부인은 이것도 하지 않고 저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뭔가를 성취하지 않았다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요.(이런 뒤틀린 말 같은 데 밑줄 긋고 있었네 나야…)

-모래 폭포가 시간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그건 한가로운 생각이라고, 한가로운 생각을 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느꼈다. 여름이었다.(밈으로 쓰이는 ‘여름이었다’의 기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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