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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청춘
  • 마광수
  • 9,000원 (10%500)
  • 2013-01-30
  • : 233
-20260419 (저자:마광수)

벽돌 소설책과 광합성의 과학에 대한 책을 번갈아 읽다보니 지쳤다. 책장에서 제일 조그맣고 가벼워 보이는 책을 뽑아 보니 마광수의 소설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조금은 쪽팔려하고 있다. 죽은 마광수 선생이 그걸 알면 사진 속 우울한 얼굴을 더욱 우울하게 일그러뜨리고 왜...내 소설이 어때서...할 것이다.
이름이 상징하는 묵직한 어떤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짓누르기도 한다.

작가가 자살한 지 10년 쯤 되었다. 이 책은 2013년에 나왔고, 주인물인 다미의 자살로 마무리된다. 탐미주의의 이 비실비실한 사내는 소설 속에서도(47킬로그램이라니…), 소설 밖에서도 오래도록 스스로 죽는 꿈을 꿔 온 것 같다.
집단에서 다른 목소리로 튀는 짓을 했다가 공동체에서 배제되고, 익명의 사람들에게조차 어떤 고정된 이미지로 이유 없이 욕을 먹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게 더 힘들다. 아직 죽을 만큼 외로운 고독을 겪어보지 못해서, 평범하게 살아보겠다고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 처지여서, 그리고 반대쟁이여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다른 인간들 덕에 살아있겠구나 싶다.

뭐 그렇다고 이 책에서 심오한 철학이나 빼어난 문장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짧은 시간 후루룩 읽을 수 있는 통속 소설. 별다른 서사 없이 여자 남자가 연애하는 이야기. 여성을 대할 때 오로지 외모 만을 높은 가치로 두는 하찮은 화자. 일찍부터 아름다움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으로 죽어버리는 여성 작가도, 등장인물도 하도 많았다. 그냥 어린 시절을 시시콜콜 떠올려내려(혹은 지어내려) 애쓰고, 그걸 열심히 설탕 가루라도 발라서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나이든 남자의 일기장 내지 초라한 회고록 쯤으로 읽혔다. 아름다움, 우울함, 외로움, 짧은 행복, 뭐 감정은 그 정도가 담겨 있었다. 뻔한데 멋지진 않다. 후짐과 그럭저럭의 어느 사이이다. 별로 야하지도 않다. 그러니까 과소평가 같은 소리는 할 필요가 없고, 글 잘 쓰는 재능도 그닥 없고, 마음대로 썼다는 이유로 억압받던 억울함 정도는 공감하겠다.

짧은 휴일의 마무리를 뭘하고 보내든 괜찮다. 유튜브든 명작이든 통속소설이든 뭐라도 보면서, 뭐라도 하면서 최대한 나중에 죽으면 괜찮은 인생이다.


+밑줄 긋기
-다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왜 당신은 내 마음보다 내 몸뚱어리의 아름다움만 좋아하는 거죠?”(157, 내내 그녀의 아름다움에만 취해있는 화자에게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는 듯한. 하긴 나도 필릭스 용복을 외모만 보고 좋아했다.)

-그러니까 나는 엄마와 아버지가 헉헉대며 섹스하면서
잠깐 동안 느꼈을 오르가슴에 곁달아 따라온
귀찮은 애물단지였을 게 분명해. (….)

어거지로 나를 태어나게 한 그날을 나는 증오해.
결국은 고통뿐인 게 인생이니까. (188-189, 다미의 시 ‘생일’ 중. 얼마나 사랑 받지 못했으면 저럴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낙천적이었다면, 그 우연으로 내가 여기서 이렇게 쓰고 있어, 했을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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