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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20260409 (저자:이지유)

우주의 역사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아직 코스모스는 꽂아만 뒀다. 이 책은 흥미롭게 우주 생성 게임으로 서두를 시작한다. 현대우주론의 발달 과정을 우주 연구에 기여한 과학자들의 헌신과 질투와 협력과 대립을 엮어 재미있게 풀어주고, 마무리에서 간략하게 우주의 연보를 한 번 더 정리해준다.

수능 지구과학을 3년 공부했어서 우주론도 범위에 있었다. 사진이나 주요 과학자 이름만 띡 지나가던 장면들을 이 책이 자세한 사연까지 알려주었다. 특히 정상우주론의 우두머리(?) 호일에 맞서 빅뱅우주론을 주장한 가모브와 동료연구자들, 제자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빅뱅우주론을 뒷받침할 관측과 연구를 곳곳에서 진행하며 하나씩 문제점을 보완해가는 점이 흥미로웠다. 정적우주를 주장한 아인슈타인이 틀렸던 것처럼, 호일의 우주론은 틀렸지만 그 역시 우주 연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 어느 세계관이든 빌런도 필요하다.

과학은 무수한 틀림을 견디면서 그 시점에 가장 알맞은 잠정적 답을 구해가는 과정이었다. 수많은 반복 관측/실험과 머리 깨지는 계산과 고민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번뜩이는 통찰은 그런 언제 끝날지 모를 시간들 사이에서 운이 좋아야 이루어지고, 다른 연구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연구 성과를 알게 되어야지만 지금 막힌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 언제든 그렇게 얻은 답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자기가 틀린 걸 인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깨우침과 자기의 세계관을 부정하는 노력마저 필요했다.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것은 그렇게 아주 많은 반복된 시간이 쌓여야 한다. 우주도 지금의 내가 사는 세계를 만들기까지 137-138억년을 지나야 했다. 심지어 그런 시간을 들이고도 나에게 앎이 이르지 못하고, 내 다음 세대나 또다른 곳의 누군가가 새로운 것을 이루거나 또다시 이루지 못한다. 우주도 어떤 조건들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한때 급팽창(인플레이션)했고 지금도 팽창 중인 우주나, 우리와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것들을 이루는 물질도, 생명체도 생기지 못했을 것이다.

거대한 우주를 배우면서 내가 작고 약하지만 또 수많은 우연과 조건이 갖춘 결과인 걸 안다. 그런 이야기가 듣기 좋아서 계속 과학책을 찾아 읽는지도 모르겠다.

+밑줄 긋기
-라일이 전파를 내는 천체를 탐사할 생각을 한 것은 영국 날씨가 너무 나빠서였다.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영국에서는 가시광선을 보는 광학망원경은 쓸모가 별로 없다. 그러나 전파는 달랐다. 전파는 흐린 날에도 구름을 통과해 지상까지 오기 때문에 영국뿐아니라 어디서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측할 수 있었다. (158, 우리는 공기만 가끔 생각하지, 전파와 함께 사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불편한 점이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개정판이 ‘집요한 과학자들의 우주 언박싱’이란 제목으로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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