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3 린다 게디스.
간밤에는 잠을 설쳤다. 새벽 세시쯤 깼다 자고, 또 대여섯시 사이에 깨서 알람이 울리는 일곱시 반까지 잠들지 못했다. 출근하는 평소에는 열시반 께 잠들어서 여섯시 사십분 쯤 일어난다. 이십오분 정도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이다. 출퇴근시간 지하철에 낑겨 다닐 일이 있으면 걸어서 직장에 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수면의 질을 위해 암막커튼을 쳐서 꼼꼼히 빛을 막고, 혹시 몰라 수면안대도 사 놨고(여행을 가거나 집이 아닌 곳에서 잘 일이 드물어 사용은 못해봤다), 층간소음과 코골이 소리 같은 걸 막으려고 매일밤 귀마개를 하고 잔다. 그래도 수면 상태가 안 좋아졌던 게 일 년 전 쯤이다. 복직을 앞두고 불안하고 막막해서 잠도 잘 못 들고 자다가도 자꾸 깨서는 닥치지도 않은 일을 걱정했다. 의사 선생님은 불안을 가라앉히는 약, 우울을 다스리는 약, 잠드는 걸 돕는 약, 도파민과 세로토닌 균형을 맞춰주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약물은 비교적 잘 맞았고, 매일 아침과 오후 해를 보며(출근은 동쪽, 퇴근은 서쪽 정방향으로 걷는다 여름엔 선글라스 필수) 걷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먹는 것도 적당히 먹고, 주중에는 카페인 안 마셨더니, 일 년을 그럭저럭 잘 보냈다. 그렇지만 뭐 지난밤처럼 가끔 수면이 틀어지는 날이 오기도 한다. 그 전날 너무 피곤하고 두통이 와서 좀 많이 일찍 잤는데 그게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다.
수면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이번에 읽은 책이 태양빛과 인체, 특히 하루 주기나 수면에 햇빛이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햇빛의 과학’이어서 태양에 관해 두루 다루는 교양서일 줄 알았는데, 굳이 내용에 맞추자면 ‘햇빛과 인체’, ‘햇빛과 건강’, ‘햇빛과 몸의 시간’ 뭐 이런 게 더 적합한 제목이지 싶었다. 큰아이를 처음 낳아 키울 때는 새벽까지 아이가 못 자고 자꾸 불을 다시 켜달라고 하면서 울면 하얀빛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어주고 했는데, ‘느림보 수면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조명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작은어린이를 낳기 전후로는 저녁 8시가 되면 집안 모든 조명을 전구색 주황불로 바꿔 켜고, 책을 읽으며 밤시간을 보내는 안방은 주황색 스텝 디밍 전구로 시간마다 불빛을 한 단계씩 낮추다가 잘 시간이 되면 불을 끄고 암막 커튼을 친다. 그 덕분인지, 성향이 달라서 그런지, 작은어린이는 아기 때부터 비교적 잘 잠들었다. 어제도 자자, 하니까 읽던 책과 독서용 테이블을 착착 정리하고, 이불을 원하는 모양으로 꼭꼭 접어 잘 자리를 만들고, 불을 끈 뒤 누워서 (늘 하던 버릇으로) 껌껌해, 껌껌해, 중얼중얼하다가 하품을 후와아-하고는 곧 잠이 들었다. 먼저 누웠던 나도 곧 잠들었다.
정남쪽을 바라보는 15층 높이에 살게 된 지 이제 6년째다. 반지하에서 저층을 거쳐 발코니에서 볕을 쬐고 관악산 위로 비행기 날아가는 걸 건물 사이로나마 볼 수 있게 된 건 운이 좋았다. 햇빛은 기분에도, 수면에도, 비타민 디 합성과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책의 내용은 아주 새롭진 않았지만 한 번 더 햇빛과 건강의 연관성을 되새겨볼 만은 했다. 모든 주거가 볕이 잘 들지는 않는다. 모든 이가 볕을 쬘 여유가 있는 일터나 삶터에 살지는 않는다. 요즈음처럼 체감 영하 십도 언저리인 날 잠시라도 산책을 나가라고 하기에는 코가 얼어 붙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오늘도 난 9천 걸음 걸어서 얼어붙은 공원 연못을 보고 왔다.) 또 어떤 일들은 더운 여름에도 지나친 볕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부족한 것도 과한 것도 다 못 할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원하는 만큼 빛을 쬐며 살면 좋겠다. 휴가인데도 어린이 덕에 방과후학교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바깥 공기 쐬고, 바깥 볕 쬐는 걸 감사해야 겠다.
+밑줄 긋기
-“잠이 거의 없는 조부모 가설이라고 부르죠.“ 과거에 연구자들은 사람이 생식 가능 연력이 지나고 나서도 꽤 오래 더 사는 이유가 조부모가 양육을 거들면서 집단의 생존에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여기에 이점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조부모는 망까지 봐 준다고. (60, 늙은 부모의 쓸모.)
-처음에는 겨울이라서 바깥이 춥고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지만, 한 스웨덴 친구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다. “나쁜 날씨 같은 건 없어. 옷을 제대로 안 입은 게 문제지.” 그리고 곧 나는 야외가 겉보기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바깥으로 더 나갈수록, 겨울에 외출하는 것을 점점 더 귀찮은 일이 아니라 큰 기쁨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90, 그래도 저자가 영국인인 걸 잊지 말자. 마음은 햇볕 가득한 바깥을 거닐고 있지만, 이 부분 읽는 현재 오후 3시 기온 -4.3도, 체감 -8.3도라고 하니 나야 실내에서 꾸벅꾸벅 졸더라도 한파에는 참자. 언제부턴가 집순이에서 역마살로 제대로 바뀐 내 인생)
-때로는 점점 커지는 빛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자살률이 혹독한 한겨울에,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에 가장 높을 것이라고 가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살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많아지긴 하지만, 자살, 특히 목을 매거나 총으로 쏘거나 뛰어내리는 식의 과격한 자살은 북반구에서는 5월과 6월, 남반구에서는 11월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 계절적 양상은 핀란드에서 일본, 호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많은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위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이 높으며, 자살률의 계절별 차이도 더 크다.
(…) 항우울제도 투약을 시작할 때 처음 몇 주 동안은 자살 위험에 더 증가한다. 보통 투약 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3-4주가 걸린다. 그사이에 일부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더 활발해지고 흥분한 상태가 되고, 그 결과 자살이나 다른 어떤 공격적인 생각을 실행할 가능성이 더 커지는 듯하다.
또 쨍쨍한 긴 여름날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흥분, 줄달음치는 생각, 황홀경이 특징인 조증을 촉발할 수 있으며, 짜증, 분노, 편집증, 망상도 자극할 수 있다. (202-203, 이부분 읽은 날은 체감 영하 16도의 정말 추운 날이어서, 이 겨울의 제일 강한 추위는 왠지 생의 의지를 더 불태우고 어우 얼어죽겠네, 얼른 따뜻한 곳으로-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의 생물학은 태양에 연동되지만, 사회가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쓰는 시계는 정치적 및 역사적 요인들이 뒤얽혀서 만들어 낸 그물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261)
-크로노타입-매일 정상적으로 일어나고 잠자는 시간(261, 이 말 한참 쓰다가 여기에서야 부연 설명 붙는 게 이상했다. 미리 주를 달아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