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데이비드 버코비치.
한 해의 끝에서 모든 것의 시작을 말하는 책을 다 봤다. 비슷하게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 말하는 책을 무척 많이 보았다. 나같은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하는데 큰 무리 없게, 그리고 읽는 재미 주는 농담도 적당히 섞어 가며 많은 지식을 전하고 있었다. 올해 독서 덕에 과학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50퍼센트 이상 향상했을 것이다. 과학하는 사람 아니라 저 증가분은 전혀 근거가 없지만 플러스인 건 확실하다.
진화생물학자, 천체물리학자, 지구생물학자에 이어 이번 책은 지구물리학자가 쓴 책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난 3년 공부하던 수능 지구과학1의 내용이 거의 대부분 담겨 있었다. 뭐라도 조금 공부하고나서 보니까 와, 들어본 거다 하고 더 잘 읽히는 부분도 있었고, 봤던 건데 벌써 몇 번째야 하고 집중이 덜 되는 부분도 있었다. 뒤에 생명 관련 부분은 수능 생명과학1에서 배운 내용이 일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닉 레인 아저씨의 ‘생명의 도약’이나 ‘미토콘드리아’를 먼저 읽은 게 뿌듯하게도, 데이비드 선생님도 그 책의 일부를 참고하셨다.
올해 과학 관련 책 읽은 게 열 권은 확실히 넘고 이십권은 안 되는 것 같다. 반복해서 보니 복습되는 기분이 들었고, 우주의 시작,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를 공통으로 다루더라도 저자들이 연구한 학문 분야에 따라 초점 맞추는 부분이 조금씩 다른 걸 느끼는 재미도 있었다.
이 책은 70-80퍼센트는 우주의 시작부터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으로 지구 환경이 조성되는 이야기이고, 뒤의 약간이 생명과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 전체가 우주의 역사라면 인간의 역사는 마지막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쯤 될 것(259)’이라 한다. 그 점 안에서도 인쇄 잉크의 구성 탄소 분자 하나가 될까 아마 안 될 걸 싶은 나의 존재, 나의 시절이지만 그 먼지보다 더 작은 내가 이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서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 맛이라도 볼 수 있게 연구하고 또 쉽게 정리해둔 책들이 많은 건 감사한 일이다. 아직도 과학 도서의 재고분은 올해 읽은 것보다 훨씬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심심할 일은 없겠다. 골고루 섞어가며 내년에도 재미있게 읽고 독후감 쓰면서 이 짧은 찰나의 생을 잘 버티고 살아야겠다.
+밑줄 긋기
-얼음의 양이 감소하는 것도 기후에 양성 피드백을 초래한다. 특히 화산을 덮고 있는 빙하가 녹으면 마그마에 가해지는 압력이 감소하여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다가 결국은 폭발할 것이다. 탄산음료의 뚜껑을 열었을 때 내용물이 넘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따라서 빙하가 감소하면 화산에서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분출되고, 이로 인해 기온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이것은 비교적 최근에 제기된 가설로서, 아직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196, 빙하 융해가 압력을 줄여서 이산화탄소가 뿜뿜한다는 가설은 처음 들어서 흥미로웠다. 여러모로 빙하는 소중해…)
-그러나 인류가 출현하기 전인 700만 년쯤 전부터 지구는 빙하기와 다름 없는 한랭화를 겪었으며, 혹한 속에서 등장한 최초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추위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즉 인간은 원래 추운 환경에서 살았던 생명체라는 이야기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빙하가 녹는것을 ‘재앙’으로 여기는 성향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문제는 차치하고, 원래 인간이라는 종은 더욱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여기서‘덥다다다는 말은 오늘 날 지구에서 가장 더운 지역의 평균 기온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의미한다). (203-204, 겨울을 기쁘게 맞아야 하는구나. 우리 모두의 생일이었군)
-그러나 땀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기후가 따뜻하고 건조해야 한다. 공기가 뜨거우면서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고 있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고 그냥 흘러내리기 때문에 불쾌감만 커진다 .(…)
우리가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빙하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대기가 뜨겁고 습했던 5천만 년-3천만 년 전에 태어났다면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했을 것이다. 사람의 땀은 춥고 건조한 날씨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의 사회활동이 온난화를 초래한다면 땀의 기능은 그만큼 저하될 것이다. 다른 질병에 비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문제 같지만, 가장 위협적인 기상 현상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폭염”이다. (248-249, 어쩌다보니 땀타령이랑 더워지면 안 되는 이유에 제일 밑줄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