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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생쥐와 인간
  • 존 스타인벡
  • 10,800원 (10%600)
  • 2009-04-09
  • : 1,355
-20251225 존 스타인벡.


조지와 레니는 꿈을 꾸었다. 땅과 집을 사고 여러 수목과 가축을 거느리는 꿈. 토끼에게 먹일 알팔파를 키우는 꿈.
꿈은 꿈일 뿐이지.
아기 같은 영혼에 천하장사나 어벤져스 같은 힘이 주어지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다. 누구든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힘을 가지면 결국 주변 사람들과 자신까지 부서뜨린다.
나에게는 그런 물리적인 힘은 없다.
그것 말고도 다른 힘은 없는 것 같네.

존 스타인벡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1937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연극으로 만들어도 손색 없겠다. 실제로 연극이 있을 것 같기도… 인물들이 뚜렷하고, 다양하고, 주고 받는 대화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연극의 느낌이 있었다. 물론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에 대한 묘사도 치밀해서 훌륭한 소설이었다.

나는 커다란 몸집의 사람이나 기계나 생명체들을 두려워한다. 나는 생쥐 쪽이다. 힘을 가진 것이 마음만 먹으면 나는 목이 부러지거나 숨이 졸려 죽을 것이다. 생쥐처럼, 강아지처럼, 이름도 제대로 안 나온 컬리의 부인처럼. 주점 여인 수지도, 숙모랑 똑같은 이름의 경쟁 술집 주인 클라라도 이름이 나왔는데 여자는 그냥 여자로, 컬리의 부인으로 농장 남자들의 기피 대상이 되다가, 괜히 깝치고 다니다가 멍청한 레니의 손에 죽었다. 나는 얌전히 살아야겠다. 레니 같은 불운을 마주칠 확률을 최대한 줄여야겠다.

손을 잃은 늙은 장애인 캔디, 유색 인종에다 역시나 등을 다쳐 고생하면서 멸시당하는 크룩스, 그보다 딱히 더 나을 것 없이 농장의 노동에 동원되고 별다른 낙없이 꿈없이 살던 슬림, 칼슨같은 사람들, 그들과 조지, 레니가 달랐던 점은 서로 의지하고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틴 것이다. 그 꿈마저 아득해졌을 때 조지는 자기 손으로 레니를 보내준다. 배에 산탄총을 맞아 오래 고통 받지 않도록, 루거 총으로 순식간에 죽인다. 자기가 아끼던 늙은 개를 칼슨에게 무기력하게 빼앗기고 만 캔디와 조지가 다른 점이다. 조지는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레니에게 희망이 없는 걸 알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곁에 있던 자기 삶마저 무너질 게 두려워서 조지를 보내버렸을 수도 있겠다. 언제든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을지도. 덩치 큰 레니도 조지의 손아귀에서는 생쥐처럼 강아지처럼 사랑하지만 죽여버리는 존재였다.

200쪽 넘지 않는 소설이지만 읽기에 재미있었고, 다 읽고 나서도 마냥 재미있기만 할 수는 없는 묵직함이 있었다. 가끔 어딘가 농토를 가지고 감자나 심어서 캐 먹고 팔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농장 이야기를 읽고 나니 어림도 없겠다. 내 몸은 육체 노동과 영양 부족을 견디지 못해서 금세 바스러질 것이다. 여자 홀로 외진 곳에 있는 걸 알면 누가 와서 나쁜짓을 하고 죽여버려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땅이 없이 도시에 사는 생쥐이고, 강아지이다. 레니 같이 자기가 조절하지 못하는 강한 힘과 욕구를 가진 사람을 최대한 만나지 않으려고 피해다니며 숨어 살아야 한다. 땅 같은 꿈은 갖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꿈이 있든 없든 사람은 누구나 기댈 사람이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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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내놓으라니까!”
레니의 움켜쥔 손이 천천히 쥐를 내밀었다. 조지는 쥐를 받더니 웅덩이 건너편 덤불로 던져 버렸다.
“도대체 죽은 쥐가 왜 필요한데?”
“걸어다닐 때 엄지로 쓰다듬을 수 있잖아.” (15)

-“함께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지.”
그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어. 어쩌면 이 빌어먹을 세상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무서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64)

-“옆에 아무도 없으면 사람은 미쳐. 누구든 상관없어. 같이 있어주기만 한다면 말이야. 정말이지...정말이지 사람은 너무 외로우면 병이 나는 거야!”(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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