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그레그 브레네카.
원제는 Impact, 충격, 충돌이다. 번역판 제목을 보면 별, 그러니까 항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부제를 보면 사실 운석에 관한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자세히 안 보고 (번역자 선생님만 보고 믿고) 고른 나는 좀 낚였다. 운석은 별 쪼가리일 수도 있고, 행성이나 위성(달) 쪼가리, 행성이 미처 못된 미행성? 우주 먼지? 이런 걸 수도 있다. 초신성 폭발이니 이런 게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긴 나왔는데 그 영향으로 태양계가 생겼을 수도 있을 걸? 뭐 이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도 아직도 운석, 유성, 별똥별 구별 못하겠는 거 보면 제대로 안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정리해 보면, 대기 밖 우주에서 지구 대기로 암석 물질 같은 게 들어오면서 마찰열로 타면서 빛나는 게 유성=별똥별, 그게 지구 표면과 충돌하고 남은 암석, 돌멩이가 운석이다. 와 짝짝짝짝.
책의 초반 절반 정도는 운석의 충돌과 관련한 역사적 사례들이나 각 지역과 시대별 사람들의 반응, 운석연구사 같은 걸 적어 놨다. 운석과학사에 가까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리고나서 운석이 생명 구성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 달이나 화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왜 중요한지, 운석을 캐는 일의 현실적인 어른의 사정들(돈 문제, 국가의 제도나 법 문제), 운석 피해에 대해 내가 어려서 히트 쳤던 아마겟돈이나 딥임팩트 같은 영화처럼 또는 그와 좀 다르게 대처할 방안 같이 어린이들이 궁금해할 법한 걸 적어 뒀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아직 연구 중이야! 추정할 뿐이야! 더 많은 연구자의 연구와 기금이 필요해! 그래도 운석 덕에 알게된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러면서 운석학 연구하는 사람이 일반인 대상으로 이해할 만큼만의 썰을 풀어주는 책이다. 오히려 책 말미 거의 100페이지 가깝게 붙은 부록이 과학적 지식이나 연구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사실 이 부분부터는 나도 너무 어려워 보여서 그냥 슉슉 훑어만 보고 뭐? 콘드라이트? 아콘드라이트? 콘푸라이트? 이러고 말았다.
저자는 말장난을 제법 하고, 나는 유머를 좋아하는 과학 저자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약간은 아재 개그 같이 굳이? 싶은 비유나 표현이 많았다. 썰렁한 남의 이름이나 운석 이름 개그 같은게 특히 좀 그랬다. 운석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나 사례를 상세하게 다뤄주는 건 좋은데, 본격적인 분석에 관한 건 말해도 모를 걸? 이러고 일반인 수준에 맞춰 설명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흥미거리 위주로 책 대부분을 구성하고, 끝에 어려운 건 읽을 놈만 읽어라,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철의 제련 기술 발달하기 전부터 고대인들이 운석의 제법 순수한 (그리고 니켈 많이 섞인) 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유물들도 알려주고, 운석이 물과 아미노산을 지구에 공급했을 가능성, 운석을 통해 우주의 역사나 태양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알려줬으니 뭐 개그만 치다 끝난 건 아니다. 과학 교양서 제법 읽는 나놈 보기엔 그러니까 막 전문적이고 깊이 있진 않은데, 재미로 읽기에는 나쁘지 않고, 그런데 좀 변죽만 울리다 끝나는 기분도 들고 그랬다.
+밑줄 긋기
-태양계와 이웃 행성계들에는 놀랍도록 기이한 환경들이 존재한다. 태양계 안에서도 메탄 호수와 얼음 화산, 지하 바다 같은 것이 존재하며, 가까운 행성계들에는 철이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천체와 핵이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행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렇게 낯선 환경에서는 생명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가 아주 어렵다. (186)
-나는 운석에 심지어 기본적인 유기 분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깜짝 놀랐고, 우리 DNA와 RNA의 주요 성분이 우주 암석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운석 물질에 이 유기 분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지구에서 생명이 발달하는 과정에 운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설령 운석의 영향이 생명의 기원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초기 지구에 운석이 공급해준 유기 분자들은 적어도 생명과 그 구성 성분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8-209)
-수많이: 수효가 매우 많이 라는 뜻의 부사. 번역에 여러번 사용되었는데 용례를 처음 봐서 사전 찾아 놨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는 해저 퇴적과 판 구조론이라는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행성들 중에서 바다가 있고 판들의 활동이 일어나는 곳은 지구밖에 없다. 알려진 운석들 중 대다수는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가스와 먼지가 서로 들러붙으면서 생겨나 대체로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거나 혹은 전체가 거의 다 고체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운석은 기묘한 암석이다. (341, 그래서 내가 지구과학에서 배운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하고는 다른 분류체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