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미래.
반유행열반인 2025/04/0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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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걀은 닭의 미래
- 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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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8
-20250408 양안다.
시의적절 시리즈를 시인의 산문집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양안다의 4월은 시가 더 많았다. 하이브리드 시집 쯤 되는 것 같다. 황인찬의 7월은 작년을 안 넘기고 읽었는데 4월은 한 해 넘겨 또 온 4월에 읽었다. 역시 나의 일타는 황인찬 안다야 미안해 자꾸 이등 시켜서…
4월의 기념일과 4월이 생일인 사람들을 가끔 아니 종종 아니 자주 생각한다. 어느 4월 이맘쯤엔 벚꽃이 피었거나, 이미 잎이 났거나, 아직 피지 않았다. 올해는 잎이 쑥쑥 꽃 사이로 이미 자랐다. 꽃잎 말고 초록 잎도 사랑해주세요.
저녁에 엄마가 구워둔 달걀 하나를 까 먹었는데 나는 닭의 미래를 먹은 걸까. 나는 조류가 먼저 생겼다고 했는데 친구는 포유류가 더 먼저라고 했다. 나는 고집탱이라서 아니야 아니야 이러고 심통을 부렸다. 남은 공룡이 조류니까. 아니 파충류가 포유류보다 먼저인 건 맞는데 공룡보다는 포유류 조상이 먼저래. 쥐나 개보다는 길에서 나무 위에서 알아서 뭘 주워다 쪼아다 먹으며 알아서 지내는 새가 더 좋긴 하다. 사실 나는 개를 질투하는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목줄에 개를 데리고 걸으러 나오는 사람이 많다. 나는 목줄은 필요 없고 뭐에 채우고도 싶지 않지만 같이 걷는 건 부럽고 좋은 일이다. 개를 너무 미워하진 말자. 치킨이 더 맛있다고 개고기를 무시하면 안 되요.
그럭저럭 읽었는데, 직전 읽은 시집 보다는 밑줄 긋기도 옮겨 적기도 많이 안 했다. 그냥 시인이 내 생각처럼 영화를 좋아하고 영상처럼 시를 쓰는 구나 확인한 것 정도가 소득? 왜 소득이란 비유가 천박한 느낌일까. 얻은 점, 이라고 하면 좀 점잖아질까. 4월은 아침엔 너무 춥고 낮엔 너무 덥다. 옷을 입기가 제일 까다로운 시절 같다. 책을 고르기는 사실 까다로울 필요가 없다. 그냥 아무거나 집어다 읽으면 대체로 좋잖아. 그만 사고 있는 거나 읽자. 나는 숫자 중에 4를 가장 좋아한다. 초록색은 그만 좋아했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오후 세시의 햇빛 속에 네가 잠들어 있습니다
창문으로 새 두 마리가 아른거리고요
식물은 그림자를 키우고 있습니다
감은 너의 눈꺼풀을 열어보아도 되겠습니까
빛은 어둠에게 용서받은 적이 있겠습니까
그림자를 증오한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어선 안 되어요
너는 꿈속에서도 의지가 약하고 눈물을 짜내었습니다
4월이 겨울에게 허락받은 음악은 어떤 장르입니까
너무 많은 그림자는 식물을 죽이는 것입니까
한낮은 꿈을 빛으로 물들이려고
내가 너의 꿈을 훔치려고
사랑을 하고 있네 운 얼굴 망가졌네, 새 두 마리는 노래하겠지
나는 네가 꿈을 꾸고 있는 꿈을 꾸는 중이라고
(‘낮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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