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2 최낙언.
식품, 향료 전문가여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래도 제법 유명하신 것 같은 저자이지만 알라딘 마니아 목록에는 아직 없는 최낙언 선생님… 알라딘에 최낙언의 매니아가 추가된다면 (아마 안 될 듯... 해당 도서 독후감 올리는 사람이 여럿이어야 가능하니...) 내가 1위 안 하면 진짜 억울할 수준이다. 2012년부터 13년 읽었으면 이제 진짜 됐어 그만 봐 임마…(괄호 안은 읽은 년도)
1.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2012)
2.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2013)
3. 맛의 원리 (2015)
4. 모든 생명은 GMO이다(2016)
5.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2016)
6. 맛이야기(2017)
7. 감각 착각 환각(2017)
8.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2018)
9. 물성의 원리 (2020)
10.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2021)
11.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2021)
12. 향의 언어(2021)
13. 내 몸의 만능일꾼, 글루탐산(2024)
14. 커피 공부(2025)
와… 단일 저자로 비문학을 이렇게 많이 읽은 건 유일하다… 매번 하산 하겠습니다...하고서 늘 시간 지나가면 까먹어서 해마다 또 찾아 읽은 건 안 비밀… 애독자 인증서, 명예 훈장 같은 거 없나요...
사실 커피 무지렁이한테 믹스나 카누 대신 원두 입문 시켜준 건 알라딘이다. 예전엔 화장품부터 과자, 가방, 안 파는 게 없던 알라딘은 이거저거 말아 먹고 이젠 플랫폼 장사다! 하면서 당근마켓 비슷한 거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창작 플랫폼 해 보자! 웹소설 플랫폼 다 죽었어! 하고 또 야심차게 뭘 열었지만 가끔 조회수 들여다 보면 저 정도면 자본 잠식 수준인 사업이로세…
그래도 알라딘 커피는 100자평 꾸준히, 많이 달리는 거 보면 오래도록 건재해 보인다. 커피 팬층도 많은 듯… 이런저런 맛있는 커피 발굴해다 주기적으로 소개해주는 것 보면, 커피 무지렁이 내 입에도 오 좀 다른데...신선한데...하는 걸 보면 뭐 잘 되고 있겠지...번창하세요… 예전에 농장 소개해주고 주절주절 그러는 거 나름 커피 공부에 도움 됐던 것 같은데 요즘엔 간단한 커핑 노트 향미 소개랑 추출법 정도만 있어서 아쉬워진 상품 페이지… 나 말곤 안 읽던 것인가...
대충 알라딘 월별 신작 분쇄 원두 사다 일회용 드립백에 적당히 넣어 물 부어 먹던 놈이 스텐드리퍼랑 드립주전자도 갖추고, 그러다가 에스프레소 캡슐 머신도 사고, 질리면 콜드브루도 카페인 디카페인 골고루 갖춰 돌려가며 먹고, 매번 추출 품질 다른 내 손보단 낫겠지 하면서 아로마보이도 들이고, 홀빈 사다 부숴 먹겠다고 분쇄기도 들이고(그러다 꼬물 사서 안 되겠네 그냥 균일하게 갈아주세요 하고 다시 분쇄원두만 삼 ㅋㅋㅋ), 내 커피의 역사는 나름 확장의 추세였다. 지금은 캡슐 커피는 거의 안 먹고 아로마보이 녀석이 드립해주는 거 대충 두어잔 내려 마시고 오후엔 귀찮으니 콜드브루나 단백질음료 커피맛을 먹는 식으로 굳어졌으니…
그래도 커피는 내내 궁금하니까, 뭔가 집대성 해 놓은 듯한 커피공부 책을 작년 3월에 갖췄다. 그러고나서 수능 끝나고 펼쳐가지고 해를 넘겨 겨우 다 봤다. 재미로 보기에는 작물부터 원두, 향미 분자(화학이다 화학…), 로스팅, 추출(여기엔 물의 특성까지), 효능, 커피의 특별함 등등 400여쪽에 총망라해 놓은 책이라 막 커피 좋아하면 꼭 보라고 권하긴 어렵다. 화학분자구조식 엄청 나옴… 향의 언어, 물성의 원리 이런데 나오던 화학 분자들도 안녕 나 기억 나니? 하고 자꾸 튀어 나옴… 재밌는 커피책 보고 싶다면 왠 미친놈이 커피 찾아 세계 여행하던 ‘커피 견문록’을 권하겠다. 절판이지만 중고로 흔하니 적당히 구해 보슈….
그래도 커피를 업으로 삼을 관련 산업 종사자라면 커피를 과학으로 접근하려는 이 책, 한 번 보면 좋겠다. 책 보다보면 막 관련 논문이랑 참고 도서랑 제시된 것도 많으니… 자기가 맡은 프로세스 일부 말고도 커피의 시작부터 도착점까지 과학적으로 따라가보고 통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커피는 식품 중에서도 독특한 부분이 많은 작물이었다. 다른 식재료는 200도 넘게 오래도록 가열하면 남아나지 않을텐데, 아...에어프라이어에 200도로 10여분 내외로는 감자튀김이나 붕어빵 잘 구워지긴 함 ㅋㅋㅋ 그, 사람 환장하게 하는 튀김, 구이의 풍미처럼 커피의 향그럽고 쌉쌀 달콤 시큼한 그 향의 비밀 대부분은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했다. 커피 콩의 세포벽이 두껍고 탄탄해서 고온 잘 견디고 그 자체로 고온 고압의 조리 기구(?)처럼 가열되면서 온갖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없던 향미도 생겨나고 있던 향미는 일부 사라지고 그런 결과물을 또 우리가 물에 녹여 내가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마시는게 커피인 것이다. 사람은 참 신기한 짓을 잘도 해낸다.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하는 커피 만드는 활동도 수많은 사람이 수만번 망하고 나서 그나마 낫다 하는 걸 찾아낸 결과가 전해진 걸 테니…
새로 알게 되거나 예전 맛, 향 책에서 본 내용도 있었지만, 그래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나같이 이과돌이 전향하려다 실패한 빡대가리 문돌이에게는 어려운 화학 반응, 화학 물질이 자주 등장해서 아...그런게 있구만...이러고 넘어갔다. 그래도 커피 마실 때 나름 도움되는 것도 있었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아바야 게이샤 원두 사서 드립 내렸는데, 왜 맛이, 향이 전 같지 않은 거지?... 고민하다가 오...아로마보이한테 식힌 물 없어서 너무 뜨거운 물 줘 버렸어… 고온에서는 쓴맛 떫은 맛이 잘 추출된다고 한다… 체크… 원두를 너무 쳐 넣고 물을 너무 작게 잡은 건 아닐까? 진하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니 이 커피 특성 살려 꽃향 산미 잡을 농도로 다시 체크… 귀찮다고 맨날 종이필터 바로 꽂고 쓰는데 린싱(필터 뜨신 물로 한 번 헹궈냄)하면 그 리그닌 따위의 잡맛이 좀 제거되지 않겠냐? 이러고 다음 번 커피를 내렸더니 헤헤 그럭저럭 먹을 만 해졌다. 역시 사람은 좀 배워야 시행착오, 오류 개선에도 도움을 받는다…
디카페인 부분 읽다가 뛰어나가서 새로 산 디카페인 콜드브루 한 잔 먹고 다시 봤더니 또 좋았다. 용매로 카페인 용출하는 건 대충 들어 알긴 했는데 어떻게 카페인만 뽑냐 다른 애들은 안 녹아? 했던 궁금증도 책 읽으니 어느 정도 해소 되었다. 일단요 용매 잘 스며들라고 일반 원두를 물에 불린대요!!!! 오! 새로 안 사실… 그러고 나서 다양한 용매로 카페인 뽑아내고 향미가 너무 손실된다 싶으면 용매에 녹아나온 카페인은 제거하고 녹아나온 향미를 다시 원두에 축축히 적신 후 건조하면 좀 맛이 살아남! 놀랍다! 그렇게 복잡한 짓을 해야 하니 디카페인 원두가 좀 더 비싼 것도 납득…
향에 대해 알면 모르는 것보단 좋긴 하겠지만 커피 하면서 여기까지? 할 정도로 어려운 분자들 튀어나와서 와 나 화학 안 하길 잘했네...ㅋㅋ싶다가도 그래도 아직도 내가 감각하는 많은 물질들의 정체가, 이름이 궁금한 걸 보면 정신을 덜 차린 것 같다. 거의 십년 가까이 최선생님 책 일부 제외하면 독점하다시피 나오는 출판사 예문당은 사실 내가 이 2024년 3월 초판 전에도 ISBN 안 붙인 베타 버전으로다 네이버에서만 커피 책을 잠시 판 걸로 아는데(그때도 사고 싶은 걸 참음 정식 출간되면 사 보자고…), 새로 나오면서 오자 좀 많이 고쳤으면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 책에도 오자가 많았고, 그건 같은 출판사 다른 식품 책 볼 때도 늘 아쉽던 부분이라 이번에도 아쉬웠다. 커피 책도 개정판 나온 것 같던데(아닌가 몰루) 책 완성도 높이는 몫은 출판 편집의 일이니 오자 내가 센 거 만도 수십 개인데 그거 좀 잘 잡아 고쳤으면 싶고… 그래도 수많은 컬러 그림, 도표에다 이 두께 묶는데 책값이 아주 사악하지 않은 건(조금만 사악함) 감사할 일이고…
이 책은 알라딘 아니고 인터파크 도서에서 샀는데 그 사이 인터파크 도서도, 티몬도, 위메프도 다 망해 버렸다. 인생무상… 일년이란 세월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건사고도 많았고, 계엄에 공성전 같은 것도 다 보게 되고 말이다… 그간 내가 마신 커피는 또 얼마나 되겠어… 그 사이의 커피는 읽고 쓰는 데는 거의 소비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다시 나의 원동력이 되어 주겠니, 각성과 집중의 화학물질들아… 향기롭고 맛있는 용액아… 물성의 기술 책 모셔둔 게 남아 있지만 그냥 물성의 원리(이미 빌려 봄)를 살 걸...이건 내가 제면 공장이나 음료 공장 차리지 않는 이상 볼 가망이 없겠다… 그래서 진짜로 하산합니다!!!!
물 분자 사이에 녹는 놈 안 녹는 놈 깨알같이 그린 모식도 한 장만 가장 마음에 들어서 퍼 옴...ㅋㅋㅋ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13/pimg_792167114456822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