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참을 수 없는
생일 축하해.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5:59
  • 해피버쓰데이
  • 백희나
  • 15,300원 (10%850)
  • 2024-12-01
  • : 65,765

20241205 백희나.


 책은 됐고, 오르골 준대, 하고 샀는데 오르골이 잘 안 되가지고 식식대다가 잠들기 전 작은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제브리나는 전형적인 우울증 상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모가 보내준 요술 옷장 속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새 옷을 기대하며 무너진 일상을 하나하나 회복한다. 제때 씻고,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고, 청소를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케익을 굽고… 안 아픈 사람에게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까마득하고 그렇다. 젓가락 들 힘도 없고…

 너무 아플 때는 약이 도움이 된다. 옷장 속 옷들은 그런 도움의 은유였을까. 그런데 그 도움이 끊긴 순간 제브리나는 순간 멈칫 둠칫 하고 또 다시 나아갈 기력을 잃고 잠시 철푸덕 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스스로 일어날 힘을 회복해서 있는 옷으로 요렇게 저렇게 꾸미고 잘 나다니게 된다. 나는 원래 다 죽고 망하고 그런 결말 좋아하는데 그림책은 해피엔딩이라서 좋았다. 

 

 결국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인데, 나는 망해도 돌아보면 이미 너무너무 많이 가졌고 사랑받고 행복하고 할 거 다 하고 있는데 딱히 더 뭘 이뤄보겠다고 버둥댔는가 싶었다. 그냥 이십년 정도 타이머 꺼꾸로 돌려보겠다고 무리한 기분? ㅋㅋㅋ 너무너무 힘들고 가진 거 없고 궁지에 몰리고 그러던 시절에 퍼포먼스가 잘 나왔어서, 온갖 것 다 갖추고 좋은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해보면, 잘 될까? 했는데 아냐… 그러니 혹시라도 어린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은 약간의 결핍과 벗어날 만한 동기가 뚜렷한 상황을 조장해주시면…아 근데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같은 건 안되는데…그 정도는 되야 막 자기 능력 밖으로 발휘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수험생 커뮤니티 보면 엔수 시키는 잘 사는 집 애들 부모들이 막 너 새끼한테 처들인게 얼만데 빡대가리새끼 그 점수를 받냐 나가 죽어라 밥이 넘어가냐 니 새끼도 잘 하는 건 있네 물 잘 처마시네 막 이러는 거 보고 개충격… 그런 애들이면 드러워서라도 부모 벗어날라고 좋은 점수를 받거나, 대부분은 정신병 걸리고 돌아가지고 뉴스 나오는 애들처럼 막 아무데나 차몰고 가서 사람 난도질하고 그러더라구요… 너무 나갔다…


 예쁜 옷 안 걸쳐도 넌 이미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면 또 그걸 맞아 잠시 푹 젖고 녹아내리고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미친 듯이 눌러대는 구매버튼도 겨우 하루 가는 새 옷처럼 기쁨은 잠시. 내가 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예쁘게 꾸며주고 도닥도닥해주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밖에서 생각 없이 오래도록 걸으면서 재미난 세상 구경해주면 다시 행복해질 수도 있다. 거기에다 함께 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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