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lulujw7 2026/10/0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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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사카구치 유키히로·아카타 지즈루 지음 | 황정원 옮김 | 포텐업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
가족을 떠나보낸 뒤 남겨진 사람의 삶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상실의 슬픔을 안고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지냈고, 슬프면 슬픈 대로 서로를 위로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의 농도는 조금씩 옅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말하는 ‘남겨진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은 유가족 734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겨진 사람이 슬픔을 다루는 28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슬픔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고인을 잊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방법에 초점을 둔다. 내가 상실을 지나오며 느꼈던 것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타인의 기대에 지나치게 맞추지 않기, 나 자신을 가장 든든한 편으로 삼기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어색해했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익숙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꽤 컸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기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시간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말하는 나 자신을 가장 든든한 편으로 삼는 것은 단순한 조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상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기준보다 내 마음과 삶을 먼저 살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데 거의 20년이 걸린 것 같다. 이제는 굳이 인정받으려 애쓰기보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먼저 살펴보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하려 한다.
슬픔을 완전히 털어내는 것이 회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의 농도는 옅어질 수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기억할 것은 기억하면서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회복에 더 가깝다.
이 책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남겨진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내기 위한 설명서에 가깝다. 다 슬픔을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 다 잊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삶을 살아가야 한다. 기억할 것은 기억하면서, 이제는 내 삶을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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