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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jw7님의 서재
  •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 마민지
  • 17,100원 (10%950)
  • 2026-09-24
  • : 310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지음 #출판사클

코로나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의 답답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없었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유난히 코로나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던 것도 기억난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도 이 상황이 정말 끝날까 하는 마음도 함께. 다시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가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2021년의 시간이 다시 펼쳐지는 순간,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그 시절까지 함께 떠올랐다. 그때에는 누군가 아파도 면회도 안되는 다들 힘든시기를 지나던 때가 떠오른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엄마가 아팠고 저자는 엄마를 격리병동으로 보내야 했다. 아픈 사람 곁에 있어주는 너무 당연한 일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손을 잡아주는 것도,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는 마지막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 마지막마저 빼앗긴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그 죽음을 받아들일까. 책을 읽으며 계속 그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이 특별했던 건 슬픔을 지나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엄마를 잃고 장례를 치르고, 해야 할 일을 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오히려 그 담담함 때문에 슬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도 어떠한 큰 일이 주어졌을때에 담담하게 지나가는 편인데 힘든 부분은 한참지난 후에 한번에 그 감정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장례가 끝난 뒤 저자가 엄마의 흔적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시간이 오래 남았다.

그들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함께 살면서도 미처 묻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의 죽음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엄마라는 한 사람의 삶을 뒤늦게 알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가계부, 메모 등등 빨리 읽혔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문장이 쉽게 들어와서 마음이 더 깊이 따라갔다. 어떤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해서 오래 걸리고, 어떤 책은 아까워서 속도를 늦추게 되는데 이 책은 그냥 다음 장을 넘기게 했다.

내가 읽은 것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를 기억하는 한 사람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사람이 떠나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흔적이다. 사진 한 장, 낡은 물건 하나, 누군가가 적어놓은 문장 하나. 살아 있을 때는 별것 아니었던 것들이 떠난 뒤에는 한 사람의 시간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가야할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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