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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jw7님의 서재
  •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 엔도 슈사쿠
  • 11,520원 (10%640)
  • 2018-09-04
  • : 1,008
#엔도슈사쿠의문학강의 #포이에마

<엔도 슈사쿠의 문학강의>는 강연을 엮은 책이기에 문장은 비교적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20세기 유럽문학 속 그리스도교의 흐름을 짚어가는 과정에서,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나는 예전에 <침묵>을 읽으며 느꼈던 묵직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 책에서도 ‘순교자를 존경할 수는 있어도 배교자를 함부로 경멸할 수 없다’는 그의 시선에 오래 머물렀다. 신앙을 지키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무너진 사람을 이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에 더 오래 남는다.

어릴 때의 나는 더 많이 쥐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관계도, 감정도,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된다. 마음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워지면, 버티기보다 덜어내는 쪽을 택하게 된다. 너무 힘들면 놓는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는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도 나를 버거워하면 그 손을 놓는다. 그것이 비겁해서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선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일까. 버리지 않는다는 엔도의 태도는 이해하면서도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지점으로 남는다. 그의 글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인간, 무너진 인간, 죄 속에 있는 인간까지도 외면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말하듯, 인생은 반짝이는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기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문장은 단순하지만 깊게 박힌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것들까지 끌어안는 태도, 그것이 그가 말하는 신앙의 한 모습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너그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옹졸해지는 순간들이 많다. 긍휼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점점 더 체감하게 된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마음을 떠올릴 때마다, 나 자신의 작음과 한계를 더 선명히 보게 된다. 그는 아름답고 온전한 것만 향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외면하는 곳으로 향한다. 더럽고, 상처 입고, 무너진 자리로 다가간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그리스도교 문학이 단순히 신앙을 말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어 결국 신을 마주하게 만드는 여정에 가깝다. 일반 문학이 인간의 고통과 죄를 그려낸다면, 그리스도교 문학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인간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무너진 자리에서조차 다시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공감하면서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내가 아직 붙들지 못한 질문들이 남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가 고심끝에 놓아버리는 나의 선택들 앞에서, 무엇을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 다시 묻게 된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 하나를, 오래 마음에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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