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정원구경
lulujw7 2026/04/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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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집 정원 구경
- 박희영(양평서정이네)
- 34,200원 (10%↓
1,900) - 2026-03-25
: 2,850
#남의집정원구경_박희영 #출판사클
남의 집 정원 구경을 읽었다. 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랜선 동물·식물 집사’에 가깝다. 직접 가꾸고 키우는 일에는 서툴고, 솔직히 큰 흥미도 없었다. 식물을 들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스스로를 완전 'T형 생활러’라 여겨왔다. 그런 내가 요즘은 먹는 채소를 조금씩 키우며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내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다. 잘 가꿔진 ‘남의 집 정원’이라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새벽 러닝을 하며 한강으로 향하던 길, 표지 속 정원처럼 잘 꾸며진 공간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김밥 한 줄과 요구르트를 곁에 두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으니 과장 없이 지상낙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게 정원을 가꿀 공간은 없지만, 아주 먼 훗날의 가능성을 조용히 상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정원에 머무르지 않고, ‘남의 집 정원 구경’이라는 이름으로 이웃의 정원 16곳을 담아낸다. 전국을 누비며 기록한 정원들은 사진뿐 아니라 평면도까지 함께 실려 있어, 독자가 직접 그 공간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까지 읽게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장미로 가득한 ‘우드베일리 가든’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겹장미 ‘자르댕 드 프랑스’는 화려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지닌, 오래 시선을 붙잡는 매력이 있었다.
최근 이사를 하며 집 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어 DIY 그림으로 장미와 해바라기를 채색하고 있다. 꾸미기꽝인 내가 조금씩 미감여사가 되어가는걸까? 나의 정원을 가질 수 없다면, 시선이라도 머물 수 있는 풍경을 실내에 들이고 싶은 마음이다. 예전에는 '왜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꽃을 가꿀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그 질문이 조금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통해 마음을 정돈하고, 그 안에서 위안을 찾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선은 자연스레 더 선별적으로 변한다. 소란한 뉴스와 복잡한 정세 속에서, 오히려 단순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그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가꾸는 삶’에 대한 거리를 조금 좁혀준다. 당장 정원을 만들 수는 없더라도, 무엇을 보고 싶은지, 어떤 풍경 속에 머물고 싶은지는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이 남기는 것은 동경이 아니라 방향이다. 남의 집 정원을 구경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언젠가 나만의 작은 풍경을 만들고 싶다는 구체적인 마음. 그 마음이 생겼다면, 이미 절반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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