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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jw7님의 서재
  • 단종과 함께한 사람들
  • 강현규
  • 15,750원 (10%870)
  • 2026-03-15
  • : 1,175
#단종과함께한사람들_강현규 #메이트북스

<단종과 함께 한 사람들>을 읽었다. 얼마 전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온 터라, 단종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영화 속 장면들이 어디까지 사실과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선택은 어떤 결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 단종과 혼인했지만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아낸 정순황후의 삶까지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단종과 함께했던 11인의 이야기는 신의에 대한 이야기였고, 나는 그 신의를 내 삶과 연결해 보고 싶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저울질하기보다는 조금 손해를 보는 쪽을 택해왔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그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해 내어주려 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믿었고, 그것이 나름의 기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만난 사람들은 내가 생각해온 기준보다 훨씬 더 깊고 무거운 선택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엄흥도의 이야기로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었다. 그것은 단순한 충성이나 의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문이 몰락할 수도 있고, 식구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자리에서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그 대목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나는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손해였다. 나도 마음쓸때에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할때가 있다. 그러나 엄흥도의 선택은 삶 전체를 내놓는 결단에 가까웠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그저 강물에 떠내려가겠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감행했을까. 두려움이 없었을 리 없고, 망설임이 없었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동했다. 말이 아닌 삶으로 신의를 지켜낸 것이다.

만약 그때 단종의 시신이 거두어지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훗날 숙종이 단종을 복위시키려 했을 때, 그 허망함과 탄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24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기억을 통해 단종의 묻힌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의미의 신의처럼 느껴졌다. 한 사람의 충성과 한 지역 사람들의 기억이 역사를 이어낸 셈이다.
단종의 삶은 짧고 비극적이었다. 그러나 정순황후의 삶은 그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길고 고단했다. 열여덟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남편인 단종마저 사약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상실 이후의 삶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매일 동이 트기 전 동쪽을 향해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슬픔이었을 텐데, 그녀는 끝내 삶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에서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신의를 지킨다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거두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선택의 깊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손해를 감수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다만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그 선택의 무게를 더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계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끝까지 지켜내는 마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 붙들고 살아가야 할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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