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lulujw7 2025/12/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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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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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뜬구름_찬쉐지음 #열린책들
찬쉐의 본명은 덩사오화이며 찬쉐는 필명이다.<<오래된 뜬구름>>은 제목이 끌렸기에 집어들었다. 중국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오랜만에 마주한 언어적 리듬은 많이 낯설었다. 말투나 인물의 서술방법이나 내가 읽었던 소설과는 확연히 달랐다. 두 부부를 중심으로 불온한 기운이 감돌며 존재의 균열을 드러낸다.
소설이 읽히지만 읽히지 않는 리듬을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인간관계속에 지쳐있을때즈음 감정의 균열을 수습하기엔 이미 손이 떨릴 정도로 피곤한 나날이었나보다. 누군가는 가까이 다가오고 누군가는 손에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 어느새 나는 '왜 이런일이 생기는 걸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하고 있었다. 스쳐지나가는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다른각도로의 질문을 해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서로의 삶을 전부다 이해하고 이어붙일 수 없다. 나나 누구나 상대의 세계를 얕은 추측만으로도 다 이해했다고 착각을 한다. 그 착각들로 상대에게 대한다. 이 소설은 그 착각위에 무너짐을 담담히 그려낸다. 책속의 인물들처럼 우리 삶은 전부 고독하고 외롭다. 그 고독은 피하려다 얻은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 상처입고 기대보려다 실패한 흔적이 보였다.
p.97 그는 가끔 창가에 누워 뜬구름이 하늘에서 흘러가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감동을 받고 심지어 눈물까지 쏟아냈다.
p.182 우리의 일상은 절대로 평온하거나 안전하지 않다. 이미 질투와 원한, 의심과 분노, 냉담과 억압의 그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은 다 똑같다. 완벽한 관계, 완벽한 일상, 완벽한 감정이란 없다는 것이다. 침묵과 무관심은 분노보다 무섭다. 포기이거나 체념이거나 혹은 사랑의 마지막 방식일까? 소설속의 침묵과 나의 삶의 침묵이 겹쳐보이기도 했다. 관계의 진실은 때로 상대가 아니라 우리의 상처를 얼마나 인정하는가에 달려있다. 인간관계라는 세계의 소통실패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로를 알고 싶지만 알 수 없고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그리고 이해하려 하지만 끝내 단절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은 결국 타인은 영원한 타인이며 심지어 나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날것 그대로의 문장들이 낯설었다. 그러나 그 낯섦이 거부감이 아니라 묘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어렵지만 읽히지 않지만 계속 읽고싶어지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논리나 서사의 긴장감이 아니라, 감각의 흐름이 페이지를 넘기게 했다. 인물들은 서로 말하지만 이해하지 않는다.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감시의 도구처럼 느껴졌다. 책 안에서의 타인은 안전한 대상이 아니라 잠재적 위협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다. 변하는 구름처럼 감정 또한 붙잡히지 않는다. 스며들었다 사라지고, 다시 피어오른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잔여물처럼 남는다. 이 작품의 불편함은 바로 그 구름처럼 떠 있음에서 오는듯하다.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감정,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적대감, 끝없이 미끄러지는 관계들로 인한 사이. 아마 오래된 뜬구름은 바로 그런 감정의 상태일 것이다. 단절과 불신, 미세한 공포가 뭉쳤다가 흩어지는 반복이. 우리는 그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채 서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끝내 가까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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