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외로움은삶의방패가된다_에노모토히로아키 #장은주옮김 #북플레저
#타인에게상처받지않고나를지키는고독의힘
어떠한 시대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이 강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은 확연히 늘어났고, 나 역시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데 익숙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공동체와의 연결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고독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풍요로운 고독, 창조적인 고독, 고립된 고독, 존재론적 고독, 관계 속의 고독까지, 그 안에서 어떤 고독은 나를 채우고 성장하게 만들지만, 어떤 고독은 나를 약하게 만들고 공허하게 한다. 나는 이것이 결국 고독과 외로움의 본질적 차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나를 회복하고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시간이며, 후자는 결핍과 단절, 그리고 허전함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혼자의 고독을 즐기는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외로워야 할 시간, 사색해야 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있는가. 정보와 속도가 넘쳐나는 시대, 생각은 얕아지고, 무언가를 깊이 성찰하거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점점 희미해진다. 혼자만의 시간은 그런 내면의 회복과 자기성찰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점검하고, 관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며, 생각을 튼튼하게 하고,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나를 깊게 들여다보고, 내 안의 감각을 깨우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이다.
나는 한 달 남짓 러닝을 시작했다. 특정 그룹이나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내 시간을 내어 새벽예배 후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동안 달린다. 그 순간은 오직 나만의 시간, 나만의 리듬을 찾는 고독의 시간이다.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하며 몸의 감각을 깨우고,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깊이 연결된다. 다수와 함께하는 경험도 의미가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책을 읽고, 오래 미뤄둔 생각들을 정리하며, 하고 싶었던 일들을 끝내면 내면이 단단히 채워진 느낌이 든다.
속도와 효율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내가 스스로 시간을 조율하며 느리게 움직이는 경험은 특별하다. 남보다 느리게 가는 시간을 허락하는 마음, 세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을 지키는 능력, 그 속에서 깨어나는 상상력과 자기성찰은 혼자의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고독은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와 무관하게, 나 자신을 만나고 내면을 충만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나는 그 고독 속에서 성장하고, 생각을 단단하게 하며, 관계에서도 더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고 내 삶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능력 있는 고독의 시간이다. 제목에서 고독,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렇게 읽고싶은 마음이 든다. 저자는 나와 마음이 같을까? 어떻게 지내야 혼자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발현하면서 책을 펼치게 된다.
P. 242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오히려 더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외근이나 귀갓길에도 특별히 급한 일이 없으면, 가끔 서점에 들러 책 구경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사서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읽는다. 마음에 와닿는 영화 카피를 발견했다면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한편 본다. 만약 길을 잘못 들어 낯선 곳에 들어섰더라도 급하게 돌아갈 생각을 접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낯선 장소에서 재미를 찾는다.
_5장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해
결국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고 있다. 나는 태생적으로 급하고, 항상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지만,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과 고독의 가치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아직도 멀었다. 독박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여유가 없는 날들을 보내도, 그 속에서도 나만의 호흡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쫓기듯 살던 마음도 조금씩 늦춰지고, 작은 순간에도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혼자의 시간이 단순한 틈이 아니라, 나를 회복하고 나를 키우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을 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내 안에서 깨어나는 고독을 느끼고, 그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