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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jw7님의 서재
  • 극야일기
  • 김민향
  • 19,800원 (10%1,100)
  • 2025-03-16
  • : 350
#극야일기_김민향 #캣패밀리 #북극마을에서보낸65일간의밤

김민향작가는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림과 동판화, 사진과 작은 동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김민향 작가의 [극야일기]를 처음 마주했을때에 나는 사진속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눈 앞에 펼쳐진 곳은 분명 사진인데, 어쩐지 사진이라기보다는 그림 같았다. 경계가 모호하고 현실과 끔이 뒤섞여 있는 듯한 장면들. 내가 마치 낯설고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표지의 사진처럼 땅과 하늘의 경계가 모호한 선명하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그 어딘가의 감각. 작가의 렌즈는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결을 기록한 것이었다.

작가는 짧은 시간 간격으로 부모님을 떠나보냈다. 그 상실감은 얼마나 깊고 넓었을까. 감히 나는 절대 헤어릴 수 없다. 그래도 가늠해본다면 그건 세상 어디에도 '내 편'이 남아있지 않다는 절망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나를 위해 존재해주는 온기가 없을때에 사람은 얼마나 깊은 어둠속으로 심연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일까. 아마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일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그저 침묵속에 앉아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꿈과 현실이 사라진 세계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마주한 인상이었다.

어떤 슬픔은 말을 할때보다 조용한 풍경 하나로 잘 전달된다. 작가의 시선은 애도의 방식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어떤 절망은 밝은 위로의 어떤 것보다 깊은 어둠속의 고요한 침묵이 더 어울린다. 어둠속에서의 나를 마주하는 방식으로 어쩌면 그 태도가 오히려 나를 일으켜세우는 침잠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p.91
흐리고 검은 밤. 눈 쌓인 벌판 동쪽에 붉은 구름이 한 줄기 드리워져있다. 지평선 아래있는 태양의 강력함.
한낮의 폭력성은 한낮의 힘이기도 하다. 망각하고 반복되는 일상. 열매를 익게 하고 자라게 하는 일상.

빛과 어둠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극야일기』를 통해 삶의 어둠과 빛, 그리고 그 안에 녹아 있는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문장 하나하나가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어, 마지막 문장은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망각하고 반복되는 매일이지만, 그 반복이 결국 열매를 익게 하고 삶을 자라나게 한다는 사실.
이 책은 감상적인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상실 이후에도 일상을 살아내는 작가의 자세는, 애써 회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지금 그 자리에 있어도 된다’고. 조용한 풍경 하나로, 작가는 애도의 마음을 묵직하게 전한다.

P.186 초록색 혜성은 누가 발견하지 않아도 50,000년 동안 여행했고 다시 50,000년을 여행해간다. 오로라는 벌판에 아무도 없어도 깡총거리며 논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초록색 혜성. 그리고 나를 반겨주는 오로라 그 존재만으로도 기쁨이다. 찌부의 사진을 보며 작가의 사랑스러운 마음을 써주는 귀한 존재의 의미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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