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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herent notes
  • 일본 내면 풍경
  • 유민호
  • 13,500원 (10%750)
  • 2014-08-15
  • : 284

우리는 흔히 일본에 대해 가지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상명하복의 분위기, 최근의 우경화 경향, 역사적 과오에 대해 뻔뻔스럽게도 사죄하지 않는 모습.


이 책은 일본이 우리와 지리·역사·경제적으로 매우 가까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통렬하게 일깨워준다. 저자는 주신구라(충신장)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키워드와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을 하나씩 샘플링하며, 그 배경에 깔린 일본인의 멘탈리티를 이해시켜준다.


어째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나 동일본 지진 당시 원전이 입은 피해에 대해 (비근한 예로 후쿠시마 사태) 나서거나 처벌되는 책임자가 없는가? 아베는 단지 개인의 카리스마로 일본을 사로잡은 것인가? 일본인은 정말 상명하복의 동물인가?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공기'이다. 공기란 일종의 분위기이지만 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 공기에서 벗어나면 '이지메'의 대상이 되며,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면 'KY'로 찍혀 낙오당한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또한 일본군 성노예 동원에) 책임자가 없고 문서로 남은 기록조차 없는 이유는, 이러한 공기를 통해 모든 일들이 처리되며 상급자가 절대 '직접적인' 명령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하급자이며,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지고 할복하는 것 역시 실무 선의 인력이다.


일본은 개인의 카리스마로 쉽게 움직여지는 집단이 아니다. 작금의 우경화는 사회적인 대세이며, 아베는 적절한 시기와 공기를 타고 지도자가 된 것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바라보는 일본의 우경화에 중심에 섰다고 생각하는 인물들, 이시하라 신타로나 아베 신조와 같은 인물들이 일본인의 눈에는 '공기'를 잘 읽고 또한 실무에도 매우 바쁘고 성실하게 움직이는 정치인의 이미지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어서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가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도쿄 올림픽 유치 결정 당시 일본은 막후에서 외교력을 발휘하여 프랑스를 섭외, 철저한 준비와 행동력으로 목표를 이뤄냈다. 배후에서 돌아가는 물밑 외교의 흐름에 신경쓰고 있었다면 일본이 올림픽을 따낼 것은 누구나 알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언론은 엉뚱하게도 스페인이나 터키를 후보로 지목했다. 한국의 국제정치와 외교적 감각은 너무한 수준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국제사법재판소, WTO 등에서 일본이 가지는 영향력은 한국 정도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일본을 이야기하려면 중국과 미국을 들어, 상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대리자 역할을 수행하며, 미일 동맹은 실제로 어떤 역학을 가지고 있는지 등.


몰랐던 일본을 알게 됨과 동시에, 한국은 일본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사실에 큰 걱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는 일본을 이웃에 두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한국의 이익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근래의 한국 정부의 외교적 실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깊은 한숨이 나올 뿐이다.


사소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으로는 책 속에 나오는 일본의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풀네임으로 기재되지 않아 검색을 해야한다는 점이 있다. 현대 사회정치 맥락에서 이시하라를 이야기하면 물론 이시하라 신타로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알 턱이 있을까. 물론 이런 단점은 사소한 문제이며, 이 책은 5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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