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에서 등장하는 핵심 사건은 박승규의 횡령(또는 절도)인 것 같지만, 막상 작중에서 박승규나 공보관은 이름만 언급이 될 뿐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진짜 중심이 되는 사건은 중반을 넘어 열리는 시 징계위원회이지만, 위원회의 의결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누가 잘못했는지,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직장생활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작중에서 묘사되는 징계위원회의 '합의'가 보여주는 역학이 꽤나 익숙할 것이다. 이해 관계에 따라 사건은 정의되고 진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 '진실'은 보통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된다)
그렇다고 김시무의 불륜이 핵심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징계위원회라는 장치를 통해 어떻게 징계위원들이 본분과는 만 광년 정도 떨어진 개인의 목적만을 추구하는가 하는 점이다.
어찌 보면 통속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는데, 일견 배수아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동시에 배수아의 특징인 등장인물들 특유의 말투와 '사건의 중요하지 않음'은 어김없이 드러난다.
KBS 드라마시티에서 영상화가 되기도 했는데, 다시보기는 매우 저화질밖에 제공하지 않아 사실상 감상이 불가능하다. 아쉽다. (http://www.kbs.co.kr/drama/dramacity/view/1508312_13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