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은 먼저 (화자가 남편이므로)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주변의 등장 인물들은 매우 흔하고 평범한 캐릭터여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혜마저 그렇다.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영혜가 꿈을 꾸고서부터이다. 남편도, 주변 인물들도 영혜를 이해할 수 없다. 많은 독자 역시 영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혜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주변 인물들의 반응, 도무지 변할 줄 모르는 영혜. 사실 변할 줄 모르는 것은 영혜의 주변 인물들이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 끔찍한 것이며 실은 이 가족들의 반응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의 행동은 그것이 평범해보이는 만큼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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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하여 전자책을 구매했다가 한참 후에 <채식주의자>만 먼저 읽어보았다. 혹자는 수상에 번역의 힘이 컸다고 한다. 그보다는 외부의 시선으로 보기에 우리와는 조금 달라보여서가 아닐까 한다. 굳이 영문판을 읽어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영혜 주변 인물들의 (평범한) 반응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익숙한 생각이었으나,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이 광경 자체가 충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국내의 많은 독자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