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두 번 읽었다. 근 7~8년쯤 전 무렵 내 인생도 답이 없던 시절 어떤 이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거의 단번에 다 읽어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최근에 살만해진 뒤 전자책을 통해 다시 읽어보았다. 그것이 여러 달 전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어서 지금에 와서 이야기의 세부 사항들이 잘 생각나지는 않는다. 공감이 잘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코 포그의 치기어린 또는 바보같은 행동에는 표현할 수 없이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다.
먹고 살기조차 힘든 우리의 현실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를 대변하는 문학은 따로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우연으로 다가오는 행운은 싹조차 없기 때문이다. 행운은 떠난다는 필연성에 비극이 있으나 우리의 행운은 이미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