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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책 한 권

시간은 사막에 부는 밤바람처럼, 순식간에 천 리를 간다.- P9
그가 날 바라볼 때 어찌나 집중을 했던지, 마치 그의 가슴속에 숨겨 둔 무엇인가가 천천히 흘러나와 눈동자에 모이는 것만 같았다.- P32
누군가가 나한테 잘해 주는 건,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길 바랐다.- P33
"하지만 그 성격 때문에 넌 더욱더 머리 회전이 빨라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지모를 갖고 판단을 잘 내려야 한단다. 안 그러면 무턱대고 강하기만 해서 다른 사람이 화내면 참지 못하고 덤벼들다가 결국 자기 자신도 보호할 수 없게 돼."- P41
"한때의 실수는 곧 평생의 실수란다. 인생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많아."- P42
"약속하렴. 무슨 일이 생겨도 열심히, 즐겁고 신나게 살겠다고 말이야."- P43
어쩐지 산과 물에게도 외로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51
저렇게 오만한 사람은 절대 얄팍한 수를 쓸 리 없었다.- P77
내 생명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앞에 있는 길이 시던 달던 쓰던 맵던, 앞으로 나아가 맛을 봐야 했다.- P80
간단하지만 무척 익숙한 그의 인사에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다. 머릿속에 넘치던 질문들도 하기 싫어졌다. 그런 질문들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와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P109
나는 문 앞에 가만히 섰다. 방 안의 따뜻함과 평온함이 차차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낮의 불편했던 기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P127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것이기 때문이었다.- P129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았으니, 이제 와 돌아갈 집조차없는 것은 모두 네 잘못이야."- P148
여자들 사이에도 ‘영웅은 영웅을 아낀다.’라는 말이 통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유일한 말이었다.- P162
나는 잠깐 그와 눈을 마주친 후 시선을 돌렸다.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고, 내 마음속도 간파당하고 싶지 않았다.- P172
"당신을 만나고 싶었을 때는 당신이 어디 있는지 몰랐죠. 그리고 당신이 있는 곳을 알았을 때는 만나든 말든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P172
길을 보고도 가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군대를 보고도 싸우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성을 보고도 공격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땅을 보고도 빼앗지 말아야 할 때가 있으며, 군주의 명을 받고도 따르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 『손자병법』 ‘구변’ 편- P182
"마실래요? 이게 걱정을 조금쯤 잊게 해 주더군요."
나는 술잔을 도로 그녀에게 밀었다.
"잠시 무감각하게 만들어 줄 뿐이에요. 술이 깨면 다시 계속되죠."- P184
"인생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아요. 평온하지도 않고 제자리걸음을 할 수도 없죠. 필사적으로 노를 젓지 않으면 급류에 떠밀려 갈 뿐이에요."- P184
"일을 할 때는 온갖 생각을 다 하고 방법도 가리지 않지만, 원하는 것은 간단해요. 내 마음이 즐겁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 P209
"난 이 일을 전쟁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처음부터 내 마음을 활짝 열었으니, 방어할 필요도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걸 두려워한 적 없어요. 오히려 안 들어올까봐 걱정이라고요. 이 일에 냉정한 이성은 필요 없어요, 오직 마음만 있으면 돼요."- P278
"당신이 무척 부러워요.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당신이 바라는 즐거움을 추구하니까요."
내가 끼어들 듯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에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나 자신이 강요하고 있는 걸요. 금옥, 당신은 몰라요. 나 역시 당신이 스스로 자신에게 강요하는 기분이 어떤지를 평생 모르고 살길 바라요."- P279
세상에는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할 방법조차 없는 일이 많았다.- P284
달빛은 아름다웠고, 거리는 달빛으로 환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바로 눈앞의 길만 보였다. 저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나로서는 볼 수가 없었다.- P297
돌아보면 걸음걸음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되돌아갈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P318
고개를 들어 손을 뻗으면 집집마다의 행복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면 나와 함께하는 것은 내 그림자밖에 없었다.- P328
스스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왔는데, 사람이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앞에서는 그것을 놓칠까 두려워 용기를 잃어버리는 모양이었다.- P341
나는 아무 일 없는 척했고, 그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했다. 두 사람 다 한 바퀴 원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P345
"누구에게나 마음의 준비 없이 아무에게나 말해 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거예요. 언젠가 당신이 내게 말해 줄 생각이 들면, 당신 곁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겠어요."- P359
"온화하고 친절하고 우아하게 말씀하셨지만, 아마 수천 가지 말투 중 하나겠죠. 그분의 모든 것은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어우러져 있어요."- P410
이 따뜻한 마음도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한 조각의 기억이 될 거라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P459
나는 한 송이 꽃이 아니라 커다란 나무가 되고 싶었다. 향기를 뿜으며 그가 홀로 비바람을 맞고 서 있는 것을 바라만 보는 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비바람을 막아 내는 나무가 되길 원했다. 함께 비바람을 막아 내고 싶었다.- P463
꾀와 계략도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P479
"한 사람이 평생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느냐는 다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결정하는 거예요."- P494
사람이 구름보다 더 잡기 어려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 P494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마음의 고통이 아니라 지독한 절망이었어.- P495
꽃들이 날마다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굳게 믿어 왔던 것들마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P497
나는 웃었다.
울음을 터트릴 수 없다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는 것보다 더 보기 흉한 웃음을.- P499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차분하게 고민해 볼 때였다. 이 슬픔이 끝나든 아니든, 인생은 계속될 테니까.- P501
내가 바라던, 바라지 않던 간에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P534
"외로울수록 더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 거예요."- P538
지난 일을 잊으면 앞으로는 슬픈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결국은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만 얻고 말았다. 추억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 추억을 영원히 지워버렸으면 싶었다. 기억이 나지 않으면 괴롭지도 않을 테니까.- P542
사람의 마음도 방처럼 청소할 수 있다면, 손쉽게 마음의 물건들을 꺼낼 수 있다면, 근심걱정이 조금은 덜어질 텐데.- P544
부디 자연스럽게 웃었기를.
정말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웃었으면 좋을 텐데.- P42
나도 생긋 웃으며 태연하게 그를 마주 보았다. 피하지도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원망도 없었다. 그저 아무런 감정 없이 차분할 뿐이었다. 마치 낯선 사람의 무례한 시선을 사양하지 않고 마주보듯이.- P137
걱정? 왜 걱정이 안 되겠니? 하지만 세상에는 걱정이 되더라도 꼭 해야 할 일도 있는 거야.- P139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내 마음도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 갔다. 그 가루가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피를 따라 빙빙 돌면서 온몸이 아팠다. 하지만 겉으로는 꿋꿋하게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내 웃는 얼굴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가 나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P143
"당신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무얼 두려워하고 있는지는 묻지 않겠소.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시오. 나는 이제 당신의 부군이오.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가 곁에 있을 거요. 슬픈 일이든 즐거운 일이든 우리는 함께 헤쳐 나가야 하오. 당신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해결해야 하오."- P179
귀족 자제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도 하루 이틀 즐기다가 내팽개치는 자들이었다. 그렇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한사코 잊지 못해 마음에 품고 있다가 원망까지 하곤 했다.- P184
나는 그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그저 그의 곁에 있어 주기만 했다. 그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을 때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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