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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de out
  • 버닝 와이어
  • 제프리 디버
  • 12,600원 (10%700)
  • 2012-07-04
  • : 595

생각해 보니 올여름에 스릴러 작품을 한편도 안 읽었더라. 낼모레면 입추던데, 이건 좀 예의가 아니다 싶어 냉큼 디버 옹의 작품을 읽어주었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었지만 솔직히 이번 편은 기대 이하였다. 9편의 테마는 전기와의 대결이다. 즉 전기를 자유자재로 이용해 시민들을 감전시키고 화재를 일으키는 센세이션 한 범인과의 싸움이다. 범인은 미국의 대형 전력회사에, 이 사회를 위해서 전력 소비량을 낮추거나 끊거나 하는 식의 협박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각 도시에 들어가는 크고 작은 전기를 조금이라도 낮췄다간 곳곳에서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그걸 알기에 피해자가 발생한다 해도 범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는 입장이었고, 이에 도파민 치솟는 우리 라임 선생이 수사에 가담하기로 한다.


범인의 정체는 금방 드러난다. 그가 협박했던 전력회사의 한 직원이었다. 조사 결과 무리한 전기작업과 노출로 질병에 걸렸고, 그에 대한 분노를 에코 테러의 방식으로 분풀이하는 듯했다. 링컨은 늘 하던 대로 사건 현장을 감식하여 범인의 흔적과 동선을 좇고, 몇 수 앞을 미리 예측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데에 힘쓴다. 물론 범인도 늘 그렇듯이 수사진을 따돌리고 범행을 저지른다. 이 범인이 전기 사용에 워낙 전문가라, 전기가 흐를만한 모든 사물과 공간이 함정이었고, 심지어 텅 빈 공간에서도 아크 플래시로 공격해올 수 있어서 경찰과 FBI가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었더랬다. 또한 어디서 어떻게 감전당할지를 몰라 공포에 떨게 하는, 심리전에서도 매우 불리한 게임이었다.


이렇게 기발한 설정들에도 불구하고 영 스릴감이 약한 작품이었다. 먼저는 범인이 자신을 좇는 라임 일행과 적대적이지가 않았다. 그의 타깃은 오직 전력회사였고, 그의 목적은 지구의 환경보호였으니 빌런 같지 않은 빌런이었다 해야 하나. 아무튼 스릴러소설 좀 읽어본 독자들은 이 전기맨한테 클리셰를 느끼고, 다른 걸 의심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클리셰 다음에 오는 것은 절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 자체로는 반전이 맞는데, 그 연장전의 맛을 너무 못 살렸다는 게 문제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Top 5 에는 들어갈 텐데, 너무 맥빠지게 날려먹었다고나 할까. 스포방지를 위해 이쯤 하겠다만, 팬으로서 참 김빠지네.


이번 편은 전기 관련된 용어와 설명이 꽤 많아 딱딱하게 읽혀서 아쉬웠다. 매 작품마다 색다른 테마를 들고 와서 전문적인 배경을 담느라 이해는 된다만, 유독 9편은 이과스러워서 곤욕을 치렀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메인 사건 말고도 뭐가 되게 많았다. 아무래도 차후 시리즈의 방향을 잡기 위한 징검다리 작품이어서 그런 것 같다. 7편 리뷰에서도 징검다리라고 했어서 살짝 민망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걸 우짭니까. 마지막에는 링컨이 큰맘 먹고 수술을 감행하는데 그 결과가 좋게 나왔다. 드디어 사지마비 장애인의 핸디캡을 조금씩 극복해나가려는 듯하다. 그래, 그래야지. 현재 75세인 작가의 활동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니, 시리즈를 마냥 길게 끌어서는 안 될 일이다. 꼭 완결 내시고 별세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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