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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de out
  •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 쿠로노 신이치
  • 10,800원 (10%600)
  • 2012-01-17
  • : 10,602

오우, 정말 간만에 푹 빠져서 읽은 청소년 문학이었다. 사춘기 학생의 고뇌로 가득 찬 제목부터가 스바라시하다. 긴 말없이 리뷰 들어간다. 중2가 된 소녀의 학교 적응(이라 쓰고 생존이라 부른다)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인싸가 아니라면 누구나 걱정했을법한 성장기의 한 토막을 다루고 있다. 지방 각지에서 모인 동급생들은 벌써 초등생의 태를 벗고 발랑 까진 데다 학업에는 온통 관심도 없었으며, 주인공처럼 평범하고 어리숙한 친구들은 말상대로도 껴주질 않았다. 가뜩이나 소심한데 이미 형성된 그룹 속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어 자연히 고립돼 버린 스미레 양. 그녀를 보고 있자니 끔찍했던 나님의 중학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 역시 혼돈 그 자체였걸랑.


홀로 망상을 즐기며 친구 없는 서러움을 달래길 몇 달째. 반의 이상한 종교 그룹의 친구들이 손을 내밀어온다. 감격한 나머지 어울려보지만 종교 때문에 다시 혼자가 된 스미레. 그 잠깐의 시간들로 역시 혼자보다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지자, 가장 핫하고 잘나가는 일진녀들 무리에 끼기로 한다. 친구들처럼 교복도 줄이고, 염색과 화장을 하고, 쇼핑과 헌팅을 즐기고, 술 담배도 시작하게 된 모범생. 자꾸 이상해져가는 딸을 혼내는 부모님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교우관계가 불가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부모님과는 소원해지고 성적은 떨어지는 중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같은 반에서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는 남학생 준이치 때문이었다. 같은 동족임에도 자신처럼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지내는 준이치가 묘하게 신경 쓰였다지?


일진들과 계속 지내려면 그들과 비슷한 급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비주얼을 가꾸는 품위 유지 비용을 걱정해야 했는데, 아무리 어울리는 게 좋다 한들 양심의 가책과 회의감이 드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그러다가 화장품 샵에서 물건을 훔치는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예전의 유교걸로 돌아온 스미레. 결국 일진들을 배신한 대가로 남은 학기 동안 왕따가 되어 살아간다. 바로 이때, 말 한 번 없었던 준이치가 다가와 친구가 돼준다. 이제껏 스미레 자신은 달라지고자 노력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진짜 노력한 쪽은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던 준이치였고, 지금 와서 왕따가 된 자신에게 친한 척해대는 그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를 몰라 했다. 스미레는 학교를 안 나가기 시작했고, 겨울 방학 사이에 준이치는 전학을 가버렸다. 짧은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서.


뒤늦게 고마움을 느낀 주인공은 건강한 중3의 시기를 보낸다. 점차 마음이 안정된 그녀는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어째서 나와 맞지도 않은 옷을 입겠다고 그렇게 필사적이었던가. 겨우 1년간 같이 지낼 뿐인 반 아이들이 삶의 전부인 양 마음을 졸였던가. 그렇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때와는 확연히 다른 학급 분위기에 주눅 들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극소심 좌였던 나님의 중1 시절은 그야말로 격동의 허리케인이었다. 우리 반의 수많은 일진들은 툭하면 싸워댔고, 멀쩡하던 친구들도 점점 무섭게 변해갔다. 그 속에서 겨우 살아남아 중2 때는 일진이 적은 반에 배정되어 한숨 돌렸지만, 운동파와 게임파와 학구파로 이미 그룹이 나뉘어있었고, 아무 재능이 없었던 나는 그냥저냥 어울렸을 뿐 진정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그래서 스미레의 어디도 말 못 할 고민과 기분들을 십분 이해한다. 그 시절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것은 어른에 대한 동경 따위가 아니라, 두렵고 막막한 학교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어서였다. 단언컨대 나와 같은 분들은 절대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거다.


다 커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이들을 보노라면, 중2병이 중2 때에 오는 것도 축복이긴 한갑다. 태생이 도파민에 절여진 분들은 제외하고, 그게 다 성장통을 잘 넘기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원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안목이 생기려면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므로 잠깐의 비행과 탈선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그 경험을 양분 삼아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게 중요한 것이므로. 이상 유흥 따위 일절 안 하는 방구석 대현자의 헛소리를 마칩니다.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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