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일열의 나를 찾는 독서 & 독서경영
  •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 김종춘
  • 10,800원 (10%600)
  • 2011-03-02
  • : 768
 

'창조하라‘. 요즘 세상의 지상과제다. 이제는 좋은 학력이고 경력이고 다 필요 없고, 남다른 생각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최우선 능력이라고 말한다. 좋은 대학 나와 봐야 앞뒤좌우 재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기업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창조라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맨 날 고민해 봐도 비슷한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창조능력이, 또 발명가가 일반인과는 다른 별종의 능력이라고 하면서 ‘내가 어떻게 창조를...’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갑갑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창조와 관련된 책이 봇물 쏟아지듯이 서점에 넘친다.

창조에 대한 책, 특히 이론적인 책을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는데, ‘이미 있는 것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라.’, ‘기존의 것들을 짜 맞춰 새로운 것으로 구성하라’는 말이다. 두 가지 말의 공통점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려 하지 말고, 기존의 것을 잘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으라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봐야 시장에서 환영받지도 못하는데 구지 하늘에서 떨어진 감씨 같은 걸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제는 이미 있는 것을 모방하고, 이들의 뒷면을 살펴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베끼고 훔치는 것은 창조의 기본이고, 이를 통해 기존 것과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면 그게 창조라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책 내용을 보면 창조에 대한 다양한 방식이 주제별로 세분화되어 있고, 그 주제에 따라 실 사례가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창조행위와 관련된 주제로 나눠 정리하니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현장상황을 유심히 바라보다 찾아낸 창조의 사례들, 이미 있는 것을 조금 바꿔 놓은 사례들은, 물론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아. 맞아.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구구절절 설명 없이 기존 사례만을 창조과정과 함께 설명해 놓으니 읽기도 편하고,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 재미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면, 함평나비축제는 세상에 흔하디 흔한 나비를 대상으로 한 축제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봄이 되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 예쁜 모습으로 훨훨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봄이 왔구나 하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이것들은 하나둘씩 우리 곁은 떠났고, 이제는 나비를 보려면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가야 한다. 누가 흔한 나비를 모아놓고 이를 관람하면 돈이 생길 줄 예상이나 해 봤겠는가.

또 하나는 요즘 나사의 십자형 홈이다. 예전에는 일자형 홈이라 힘을 쓰면 홈이 망가져 조여지지도 않았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홈이 십자형으로 바뀌면서 홈이 망가지는 비율도 많이 줄었고, 돌리는 힘도 안정적으로 나사에 전달되었다. 이런 기본적인 구조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책을 보면 기술자 한 명이 일자 홈이 불편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십자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주 간단한 방법 아닌가?

다만,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물론 학교에서 강의하거나 기본적인 창조마인드를 심어주기에는 좋은 내용들이지만, 사례들이 대부분 지나간 사례라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 참신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마치 고전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책의 디자인까지 합세해도 책 전체 분위기를 흘러간 명작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또 하나는 창조의 방법을 여러 가지 설명한 것은 무척 좋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형태로 창조의 유형을 분류하다보니 이를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사실 책에 나온 사례들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너무 세부적으로 분류하다보니, 어떤 내용은 ‘이게 왜 이런 분류에 들어왔지?’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것은 몇 개의 분류체계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례들도 다수가 있다. 비슷비슷한 것을 억지로 쪼개다보니 발생한 현상 같다.

하지만 책 전체 내용은 무척 재미있다. 저자의 생각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사례 중심으로 내용을 기술했기에 창조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