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에서 아트 미스터리 시리즈라고 제대로 맘 먹고 펴낸 시리즈다. 하라다 마하라 탁월한 선택이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 소개에 따르면 [낙원의 캔버스]로 수상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처음 이 장르에 탁월한 작가라는 걸 느낀 건 [암막의 게르니카]라는 작품이다. 미술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와 어떻게나 찰떡으로 버무려 놓았는지 아무리 미술을 모른다 해도 아무리 미스터리에 관심이 없다해도 이런 이야기는 끌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읽기도 전에 기대부터 했었다. 하라다 마하에다가 고흐라니. 기대를 아니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이야기 속에서는 고흐의 다양한 작품들도 언급이 되지만 일단은 제목인 리볼버에 대해서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리의 작은 경매회사에 찾아온 한 여자. 그녀는 녹이 슨 리볼버를 내 놓으며 이것이 고흐가 자살한 권총이라 주장을 한다. 경매 회사에서 일하는 사에를 비롯한 대표와 직원들은 이 총의 역사를 알기 위해 관련 기관들을 다닌다. 그녀의 주장과는 다른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또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이 총의 원 주인에 대해서도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여행을 하게 된다. 과연 이 총은 고흐의 자살에 쓰인 것이 맞을까.
작가가 미술과 미스터리에 절묘한 조합을 구사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경력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은 못했었다. 지금에서야 찬찬히 보니 일본문학과 미술사과를 졸업했으며 뉴욕 미술관 근무뿐 아니라 큐레이터도 했던 전적이 있었다. 이러니 이 분야에 대해서 못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일 수 밖에. 이 분야에 관해서 가장 정확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또한 확실하게 소설이라는 장르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최적의 작가였다.
최근 한국 작가의 작품 속에서도 고흐가 중심 소재로 쓰인 이야기를 읽었다. 완치된 줄 알았지만 시한부를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이 미술을 전공했고 고흐를 좋아해서 파리와 네달란드에 가서 직접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을 마지막 버킷리스트로 삼았던 그런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위해서 작가는 많은 조사를 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이 작품도 역시 그런 조사를 게을리해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특히 더 관심이 갔던 것은 고흐 뿐 아니라 고갱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하지만 전혀 다른 성향의 그러고 삶의 배경의 그들이었다.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도 그리고 자살을 한 것도 고갱이 타히티로 갔던 것도 모조리 다 현실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현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이 많다. 그래서 고갱의 작품을 더 많이 보고싶어진다. 나는 고흐 작품들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생의 마지막 십여년 동안 가장 많은 작품을 만들어 냈던 고흐. 그가 오래도록 살아있었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으려나 더 많은 좋은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마음 속에 깊숙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