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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배가본드 X 밀실의 죽음
  • 황정은
  • 16,200원 (10%900)
  • 2026-08-17
  • : 190

첫번째 장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유혹에 사로잡혔다. 제일 뒤를 넘겨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은. 내가 의심하는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장르 소설 매니아로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 마음이 밑바닥에 남아 있었다. 아니 뱀이 머리를 치켜 들듯이 그렇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이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1장이 넘어 가자 새로운 인물이 등장을 했으니까. 또 다른 사건이 발생을 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용의자가 생겼으니까. 나는 의심을 할 만한 사람을 하나 더 적립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고는 오직 하나 제목에도 나와 있는 배가본드X, 그 신형 SUV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가는 결심이라도 한듯이 세번째 사건을 투척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지만 피해자가 늘었다. 그것도 두배로. 양상이 조금 달라지니 의심을 해야 할 사람도 바뀌었다.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담당 형사도 다르다. 그들은 공조를 선택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에서 보듯이 자신들이 잘나 보이려고 하는 투닥거림은 없다. 절대적인 공조에 가깝다. 오직 범인을 잡고자 하는 순수한 형사의 모습이라 경찰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뒤통수를 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 좋았다.

가끔 차박을 하는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주로 우중 차박이거나 주말 차박일 때가 많다. 소형차를 이용해서 정박지에 도착을 하고 우비를 입고 트렁크를 열어 연결하는 타프를 치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는 그런 영상들이기도 하고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정박지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그런 영상일 때도 있다. 굳이 왜? 저런 불편함을 감수해 가면서 차박이라는 걸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런 영상을 본다는 것 자체가 그런 행위가 살짝 아주 조금은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기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도 현실에서 살짝 조금은 한발 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결국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는 밀실을 이제 외부로 이동시켰다. 전형적으로 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던 밀실 살인 사건과는 전혀 다른 시도다. 왜 꼭 인사이드에서만 밀실 사건이 일어나야 하는데? 라고 딴지라도 걸듯이 이동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었다. 그것도 완벽한 신형 차량을 이용해서 말이다. 캠핑에 딱 맞는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렇게 대놓고 배경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히려 이건 아닌 것임에 틀림없어라면서 세 사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전면에 등장을 하면서 혹시 카메라를 이용한 살인은 아니었을까를 의심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는 독자가 그런 의심을 할 것을 알았을까? 진짜 알았을까? 그래서 일부러 그런 공통점을 하나 더 만들어 둔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역시 작가의 기획력은 나보다 몇 수 앞서 내다보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맞았느냐고? 그건 읽어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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