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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천 년의 후더닛
  • 아사네 주지
  • 17,820원 (10%990)
  • 2026-08-20
  • : 7,800


김영민 작가는 이 책의 작가인 아사네 주지가 과학을 전공했어도 sf가 본격 미스터리를 쓴 것에 감사하다고 해설에 언급하고 있다. 말한 대로 아사네 주지는 이공계 그것도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그래서인가 이 이야기의 곳곳에는 그런 작가의 전공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지만 생물다양성이 숨어 있는 사이언스 픽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f가 꼭 우주나 물리 화학만을 소재로 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야기는 밀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쉘터를 배경으로 한다. 나가는 건 가능하지만 들어오지는 못한다. 그곳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천년 동안 냉동 수면 상태로 있었고 이제 시간이 되어 한 명씩 깨어나는 시점이다. 단 한 명만 빼고. 즉 이 이야기는 밀실 살인 사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범인은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냉동 수면이라는 조건을 보는 순간 [망해 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라는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해동을 앞둔 냉동 인간과 그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얽히는 그런 이야기였다. 냉동인간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연상된다. 천년이라는 긴 시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오랜 시간이다.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원래의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은 이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망.이.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의 나이는 지금부터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의 나이에 천년을 더한 시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태어난 그들의 노화 속도는 원래의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다를까. 궁금한 것이 많지만 그 모든 부속적인 것은 싹 배제하고 이야기는 오직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의 살아남기 미션도 더해서 말이다. 일종의 퀘스트 같은 느낌도 준다.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누가 이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도 아닌 후더닛. 이런 장르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접근 방법인 후더닛이다. 누구라도 제일 궁금한 건 대체 범인이 누구냐는 것일테니 말이다.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장소. 한정된 인원. 제한된 수단. 저질러진 범행. 흥미로운 요소들의 총집합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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