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솔직히 아껴 읽고 싶었다. 다른 책들을 놔두고 먼저 읽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을지를 알기 때문이다. 분명 잡으면 순식간에 내쳐 달려 읽을 것을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늦게늦게 손에 잡고 싶었지만 눈길이 닿을 때마다 궁금해지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그렇게 오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후다다닥 읽어버렸다. 끝나기도 전에 마지막 페이지가 되기도 전에 벌써 아쉽다. 2막도 함께하는 거냐고 물어보던 깁슨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계속 이어져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 데커 시리즈가 데이비드 발다치를 믿고 읽는 작가로 인정하게 된 계기였다면 [6시 20분의 남자]인 트래비스 시리즈는 속편인 [경계에 선 남자]로 다시 한번 이 작가를 믿어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데커와 트래비스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피지컬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멘탈적인 부분을 강조한 데커와 신체적인 능력을 강조한 트래비스. 트래비스는 진짜 주인공이지 않았다면 진작 죽었어도 열번은 더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칼에 찔리는 건 그냥 예사로 있는 일이고 총을 몇방이나 맞아도 하다못해 폭탄이 터져도 살아남는다. 아무리 캐릭터가 훌륭해도 안 읽히면 말짱 도루묵일테지만 데이비드 발다치의 글맛은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모두 흠뻑 빠지게 만들어 버리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여자 시리즈인 걸까. 큰 두 개의 길을 내었으니 그만하면 되었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둘인 싱글맘이자 전직 경찰에 지금은 사립탐정회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미키 깁슨을 내세웠다. 아이 둘을 케어하면서 전화로 사무를 진행하고 있는 깁슨.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 처음 몇 장면만 읽어본다 하더라도 깁슨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가 훤히 느껴진다. 아마도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근처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 이틀에 한 번은 베이비시터가 오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달까. 하나의 일을 해치우고 상사의 칭찬을 받은 것도 잠시 그녀에게 다른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방금했던 통화의 내용까지도 다 알고 있는 전화였기에 깁슨은 당연히 회사에서 시킨 일인줄로만 알고 간만에 아이들로부터 떨어져서 현장 일을 하는 줄 알고 기대했을 것이다. 거기서 만나게 될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이 사건의 현장에 첫 발을 들이게 된다. 깁슨이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묘하게 쎄하다 했다. 나만 느낀 건 아니었을 거다. 다만 깁슨만 느끼지 못했을 뿐. 이렇게 완벽하게 모든 것이 통제되어 있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왜 받지 않았을까. 전직이라서 형사의 감이 떨어진 것일까. 통화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깁슨이 현장에 도착해 사건을 인식하고 확인한 후 용의자로 몰릴 지경에 이른 그녀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대체 깁슨에게 바라는 것은 무얼까.
하나의 장이 그리 길지 않아서 후딱 후딱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지지부진 하지 않는다. 피해자에 대한 조사도 마찬가지다. 전직 경찰이면서 과학수사관으로 일을 시작한 깁슨답게 일 처리도 시원시원한 편이다. 그것이 지금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눈에는 분명 좋게 보일 리 없겠지만 말이다. 피해자의 정체는 밝혀졌지만 누구나 다 알듯이 알려진 정체가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녀가 모든 거짓을 밝혀내려고 할 때마다 숨통을 틀어잡는다. 그녀를 향해서 당겨지는 올가미의 끝에는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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