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네 편의 이야기를 두 편 씩 잘라서 밤에 아침에 나누어 읽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이런 이야기는 전적으로 밤에 읽어야 그 재미가 배가된다는 것.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읽은 두 편의 이야기는 흥미롭긴 했지만 마구 무서웠다거나 하는 건 아니어서 책에 따라 딱 맞는 독서할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는 걸 재확인 하게 된다.
네 명의 작가가 한국 무속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로 앤솔러지 작품집을 냈다. 다른 작품들을 모두 읽어본 작가들이어서 작품의 느낌이 아주 낯설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작품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따는 소리다. 민속학과 대학원생이 낯선 마을에서 귀신을 보고 그의 한을 풀어주는 첫번째 이야기는 반전이 있긴 했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오컬트와 추리의 결합이라고 해야 할까. 귀신이 되게 만든 범인을 찾으라는 것인데 아무래도 단편이라서 추리적인 느낌은 반감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민속학이라는 것이 아직도 대학에서 전공과목에 있으려나. 그게 더 궁금해졌다.
소환굿에 관련된 이야기가 두번째 작품이다. 금단의 술법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소환굿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며 소환굿을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굿을 행하려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건이 있었길래 그러한 걸까.
대운굿이라는 진짜 생경한 소재를 들고 나온 문화류씨의 작품은 새롭지 않음을 새롭게 보이게 만든다. 대운굿을 하는 무당은 연속적으로 죽음을 당한다. 굿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이 굿을 방해하는 아주 강한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사람을 찾는 내용이다.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바꾸면 그 사람의 인생이나 미래까지도 바뀐다는 글이 있는데 진짜 그게 사실일까. 무당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긴 한데 나는 그런 부분들을 믿지 않아서 이름을 바꿈으로 팔자가 달라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다. 누군가 대운굿을 해서 운이 좋아졌다면 나빠진 사람도 있다는 건 결국 제로섬 게임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고.
마지막 작품에서는 잘린 사람 머리 세 개가 가장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이 사람 머리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던가. 그런 와중에 머리 없는 시체가 계속 생기게 되고 결국 주인공도 위험에 처한다는. 네 작품 모두 전형적인 한국무속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추리적인 요소를 결부시켜서 약간의 새로움을 더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만 단편이다 보니 그 깊이가 조금은 얕게 느껴졌고 어쩌면 작가들의 다른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서 발전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민속신앙이라던가 무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섬짓하게 다가올 이야기.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은 그런 배움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