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도서관에서 일곱 권의 책을 대출하고 거기에 상호대차 세 권까지 합하면 딱 열 권이 된다. 그 열 권을 배낭 속에 넣고 약 이십 분간을 걸어서 집에 오는 길은 달팽이가 된 마냥 고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집념으로 기쁘게 돌아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센을 상상해본다. 나는 고작 열 권의 책을 지고도 끙끙 거렸는데 센은 그 많은 책들을 이고지고 어디까지 하염없이 다녔을까.
지금처럼 원하는 대로 풍족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책이 귀했던 시절이다. 센은 책을 들고 다니면서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이동하는 책 대여점인 셈이다. 아버지는 그야말로 뛰어난 조각사였지만 비판적인 책을 조각했다는 혐의로 손가락이 잘렸고 그 이후 자살했다. 이런저런 일을 하던 센은 자신이 좋아하던 책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선택했다고나 할까. 책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니 주로 남자들이 하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센은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했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이 끝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가지고 다닐 안목이 있어야 했다. 이고지고 갔는데 원하는 책이 없다는 이유로 못 빌려주고 온다면 그야말로 공 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책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책방을 돌아다니며 책을 세입해야 하고 유행하는 그림들도 알고 있어야 하며 어떤 책의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필사를 해서 사본을 만들기도 해야 하니 그야말로 만능 멀티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이 일이었던 것이다.
세책점 우메바치야를 운영하는 센, 죽을 뻔한 위험에 놓이기도 하고 동업을 해서 출간을 앞둔 인기 이야기의 판목이 도둑맞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미색을 자랑한다는 여인의 진짜 얼굴을 보기도 하며 남녀관계에 관여하여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모든 것이 다 잘되면 재미없다는 듯이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책에 관련된 일화들이 나오니 책을 좋아하는, 책에 미친 나같은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이고 책은 좋아해도 시대소설을 뱔로라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높은 장벽이 아니어서 몇 개의 시대적인 어휘들만 무시한다면 반갑게 읽을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어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왜 신인상을 여기저기서 수상했는지 충분히 알 것만 같은 이야기. 거기다 일본에서는 이미 속편이 나왔다니 그 이유도 이미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이야기. 부디 이 이야기의 속편을 시리즈로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