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해서 그러저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범인은 누구입니다. 이렇게 딱 끝내면 참 좋으련만 앞에 다 이야기 해 놓고 이해도 다 했는데 그래서 저렇게 된 거구나 하고 알아차릴 무렵에 반격을 하면 어쩌란 말이냐.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추리는 조금 별로라 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그런 기법을 좋아할 지 몰라도 말이다. 영화도 타임 슬립은 괜찮지만 같은 날이 반복된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은 영 별로라 한다. 지루하다고를 외치며 말이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책을 처음 읽은 건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라는 다소 긴 서술형의 제목이었다. 워낙 제목이 인상적이었고 표지도 끌렸기에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후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라는 역시나 서술형의 제목을 들고 나왔을 때 아 이 작가는 이런 식으로 작품을 쓰는가 보다 하고 담아 두었더랬다. 내용의 흥미로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다소 엽기적인 행각을 그려내는데 천재인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가였다.
그런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뀐 것은 [명탐정의 제물]부터였다. 앞에서 말한 내용도 그 책의 표현 방식이었다. 내가 알던 작가의 이야기와 너무 달라서 아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었다. 그런 행보는 다음 책인 [명참정의 창자]에서는 괜찮았지만 [엘리펀트 헤드]에서는 극점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니아니 이대로는 아니되오. 내가 당신에게서 멀어지게 하지 마오.
이 책은 앞서의 이야기들과 다르게 단편집이다. 더해서 앞의 책들보다도 이전에 나온 첫 소설집이다. 그렇다면 다소 미진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멀어질 뻔한 내 마음을 돌려 놓게 한 수작들이 가득하다.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 대로 그 나름의 이야기들의 틀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어서 색다른 맛을 느끼는데 아주 그만이다. 아동 연속 살인사건을 다룬 <최초의 사건>, 인간이 아닌 새로운 존재들을 그려낸 <큰 손의 악마>와 <모틸리언의 손목>, 돈은 없지만 여자를 안고 싶은 남자에게 주어진 죽은 여자 이야기를 그린, 아니 거기서부터 시작된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마지막으로 이형의 존재들이 모여 쇼를 벌이고 하나의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범인 찾기가 그려지는 <천사와 괴물>에 이르기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하지만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늘 반복하지만 단편집을 그냥 별로라 막연히 별로라 하는데 이 정도 퀄리티를 가진 이야기라면 그리고 어딘가 모자람 없이 닫아주는 결말이 존재한다면 단편 또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작가만의 특색인지 모르겠지만 결론을 다 내리고 아니아니 이것은 다시 거슬러 가야하오를 외치는 것은 마지막 이야기인 천사와 괴물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 역시도 그러한 방식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에 진범이 누구인지를 확정해주고 그것을 확실히 알려줌으로써 어디 한 곳 빈틈 없이 꽉 닫아준 결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싫어싫어하면서 읽는 것이 이야미쓰였던가 이 작가 또한 이 분야에 탁월하다고 개인적으로 인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