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4인이 풀어낸 결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띠지에 적혀진 문구를 본다. 내가 지금 결혼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꼭 같이 살 필요 있나 라는 생각도 있어서 그냥 제목만 봤더라면 패스 이랬을 수도 있겠으나 작가 이름만으로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했다. 내가 김재희 작가님 팬이라는 건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잘 알 것 같고 박소해 작가님이나 한수옥 작가님 한새마 작가님의 책들도 앤솔러지를 비롯해서 많이 찾아서 읽었더라. 다 굉장하다라는 느낌으로 읽었던 책들이라서 이 작가님들의 작품이 모인 이 책을 그냥 넘길수는 없었다. 소재와 주제를 막론하고 간에.
<사마귀,여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형사가 출동을 한다. 이미 범인은 잡힌 상황에 형사는 목격자 진술을 하러 간다. 현장에서 마주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저 단순한 불륜일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는 변주에 변주를 거듭하며 이 짧은 단편 속에서 기어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역시는 역시다.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병원에서 의사와 실장으로 일하는 부부. 아이는 없다. 대화도 없다. 같이 살지만 정서적 교감도 없다. 그저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편의를 위해서 같이 살 뿐이다. 하지만 그 글을 본 이후 달라진다. 부인은 남편을 의심하고 따라붙는다.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남편을 상대로 어떤 스탠스를 취하게 될까. 작가님 특유의 느낌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이야기. [꽃을 삼킨 여자]처럼 이런 소재로 쓰여진 다른 책들을 읽어봤다면 아마도 그 느낌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된 죽음> 교통사고로 아내가 물에 빠졌다. 남편은 차에서 나왔지만 아내는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녀를 구하러 출동한 구조대원은 미친듯이 그녀를 살리려고 하지만 결국 그녀는 운명을 달리했다. 여기서부터 의심을 했다. 구조대원과 아내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쉴새 없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이 이야기는 가장 완벽한 복수란 이런 것이다 하는 진수를 보여준다.
<시소게임> 표제작인 이 이야기는 세 편의 이야기와는 달리 불륜이 등장하지 않는다. 외국인 아내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앞의 이야기와는 다른 루트를 택했다. 이런 범죄는 예전에 자주 뉴스에 등장을 했었기도 하고 잊혀질 만하면 저질러지는 유형의 범죄이기도 하다. 범죄 사건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보면 사람을 죽이는 살인은 돈 아니면 사랑이 원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 말이 정답이기도 할 것 같다. 그것은 비단 사람 사이가 아닌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부부 사이에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시소게임이란 경기에서 양팀이 접전을 일으키는 경기를 일컫는다고 나와 있다. 놀이터에서 시소도 한쪽이 올라가면 그 다음에는 다른 한쪽이 올라간다. 계속 올라가 있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적당히 왔다 갔다 해줘야 그 게임이 유지되는 것이다. 부부 사이라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 그것이 잘 유지될 때 그 사이도 오래 갈 것 같다. 그것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