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소설 하나로 여러 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했는지 알겠다. 곤충미스터리라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부분을 잡아서 이렇게 멋지게 해냈다니 나라도 이 이야기에 상을 주고 싶어질 지경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무수한 미스터리 소설들 가운데서 유독 돋보이는 이유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미스터리라는 것 하나만 믿고 읽겠다고 덤볐다. 뒤표지에 보니 다섯 편의 이야기의 제목이 있다. 어라. 이 이야기가 단편이었나? 그렇담 대략난감인데 하는 걱정을 미리 가져본다. 3백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에 단편 소설들이 다섯 편이나 있다고 하면 보통 마무리가 활짝 열린 식으로 끝나거나 또는 조금은 얕은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이 이야기들은 한 주인공이 나오는 연작소설이다. 주인공이 아주 들러리처럼 보이게 나올 때도 있어서 그렇지. 다른 때 같으면 뭐야 이럴 법한 시점에서도 주인공은 당연히 나 여기 있어 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준다.
여타의 장르소설과는 다른 점이 앞에서 언급한 것 말고도 또 있다. 피 터지고 베고 찌르고 죽고 이래야 하는 장르물과는 다르게 응? 대체 사건이 어디서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해설에 보면 이 이야기는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후더닛이나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찾는 하우더닛이 아닌 왓더닛에 가깝다고 되어 있다. 이런 타입은 또 오랜만이라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왓더닛이라니 익히 들어봤어도 대체 어떻게 쓰임이 모르는 물건의 용도를 알아낸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난 곳에 자원봉사를 간 헤치마. 그곳에서는 아이 실종사건이 일어났고 그는 그곳을 떠나기 마지막 날 그 아이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그 아이였을까. 이 이야기에서 사건을 해결할 주인공인 에리사와 센. 처음부터 있었지만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그는 마지막에서야 폭풍 설명을 한다. 이런 식의 깜짝 설명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느틈엔가 나타나 모두가 다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설명을 하니 홀딱 빠질밖에. 표제작인 첫작품에서 이미 매료되었다.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피해자. 구조대원을 그곳으로 출동하는 길에 교통사고 현장을 마주한다. 이 두 사건의 연결이 아주 기가 막힌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염낭거미>다. <저 너머의 딱정벌레>에서는 에리사와가 팬션을 간다. 그곳에서도 사건 하나를 마주한다. <반딧불이 계획>에서는 독특한 필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과학 잡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전에 기고했던 작가가 실종되었다면서 투고자가 잡지사에 전화를 한 것이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 그 전에 어느 부분에서 에리사와가 등장을 할 것인가가 슬슬 궁금해진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학창시절 친했던 선배를 만나게 되는 에리사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앞에서 나왔던 등장인물들에 관한 일화도 반복되어 언급되며 앞의 이야기와의 연결성을 주고 있어 그런 점이 더없이 반갑다. 나 이 이야기 아는데 하고 끼어들 뻔 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추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그냥 일반적인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분명히 주인공인 에리사와는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잘 없다. 그래서인지 이 친구가 언제 나올 건가 언제 언급이 되나 아니면 어느 시점에서 사건과 연결이 되나 그런 점을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분명 시리즈로 나와야만 한다. 이 독특한 캐릭터가 한번만 사용되고 말아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