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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해마
  • 나혜원
  • 15,120원 (10%840)
  • 2025-03-12
  • : 900

낯선 작가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인 경우 기대감보다는 무언가 묵직한 부담감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무슨 내용일까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어떤 전개일까 엔딩은 어떻게 되고 어떤 느낌으로 읽혀질까 등등 생각이 많아진다. 내용이 죽 연결되는 장편의 경우 첫 느낌이 별로여도 읽다 보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단편은 그렇게 변할 기회도 없을 때가 많아서 첫느낌이 그대로 끝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이 작품은 한국 작가의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해마를 포함해서 여섯 편의 이야기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관통하는 주제는 상흔이었다고. 상흔의 뜻을 명확히 알기 위해 찾아본다. 상처를 입은 자리에 남은 흔적.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가 나으면서 원래대로 회복이 되지 않고 남아버린 것을 뜻하다보다. 보통 작은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물어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수술 같은 큰 상처라던가 나이 들어 생긴 상처들은 겉으로 다 아물어도 아무 일고 없었다는 듯이 표면이 매끈해지지는 않는 때가 많다. 그런 이유로 내 몸 곳곳에도 상흔이 남아 있다.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상흔은 어떤 것들일까.

엄마를 죽였다는 아이. 변호인은 그녀를 만나 자초지종을 듣는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아빠와 남아 버린 아이.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던 엄마. 아빠의 죽음으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되는데 참 그 정신병이라는 것이 그렇더라. 아이 입장에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을 거고. 그래서 그런 결정을 했나 싶기도 하고. <변호할 권리>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그 아이에게 허용이나 될런지 하는 여운이 계속 남는다.

정신병이 부각되었던 첫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상흔>이라는 두번째 이야기는 아예 나는 정신병자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이 이야기 모두가 설마 정신병에 관련된 것은 아니겠지. 장르소설에서 정신병으로 인해 여러 인격이 대두되거나 정신병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을 별로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예민하게 받아들인게 된다.

표제작인 <해마>는 제주 여행을 가는 주인공이 나온다. 처음 갔던 폭포에서 한 여자를 만나는 나. 그렇게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큰 트렁크를 들고 있던 그녀. 차에 싣지도 못할 만큼의 크기에 들어 올리지도 못할만큼의 무게. 대체 그 트렁크에는 무엇이 들어있던 걸까. 당신이 생각하는 거 그거 맞을 거다.

<마리모>라는 이야기는 진짜 마리모가 나온다. 그리고 체리새우도 나온다. 같이 넣으면 잘 살까? 이야기 속에서는 잘 산다고 했지만 주인공은 한번의 합방에 실패한다.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번번히 떨어지던 주인공은 하나의 사건을 터뜨린 그를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게 된다. 그 인연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아귀마을>. 자살을 하기로 작정을 하고 같이 죽을 누군가를 찾아서 만나기로 한 그. 막상 나온 것은 그가 아는 인물이었다. 엄마의 모습을 찾아 헤매던 그는 어디서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해방> 국어선생이던 그는 갑작스런 병으로 언어 능력을 잃고 장애를 가지게 된다. 그는 어디서 해방을 찾을까. 여러 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다 상처투성이인 주인공들이 등장을 하는 듯이 보인다. 제대로 된 가정보다는 깨진 가정이 많고 이혼을 하거나 불륜으로 인해 나뉜 가정들. 그런 가정 속에서 성장을 한 사람이 다 잘못된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편견이지만 그런 식으로 보게 된다.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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