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항상 이들의 작품이 헷갈린다. 러시아 문학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러한가 보다. [안나 카레니나]와 [부활]로 대표되는 톨스토이. 그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표제작을 포함해서 일곱 편의 이야기다. 표제작은 워낙 유명해서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바보 이반>도 언젠가 한번쯤은 정확하게 읽은 적이 있다.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하는 이야기도 잘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분명 어느 책인가에서 읽은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새롭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표제작에서는 미하일이라는 천사가 등장을 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의 내용은 성경상에서 차곡차곡 알곡을 모아 쌓았지만 다음날 하나님이 그 생을 가져가버리시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여기의 단편들은 종교적인 색채가 좀 진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해설에 따르면 복음서의 내용을 일반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민화를 많이 썼다고 한다. 여기 나오는 이야기들이 다 그런 장르에 속한다고 본다면 그가 이런 형식의 이야기를 왜 썼는지가 이해된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농민들 교육을 받지 못한 그들을 위해 학교를 지었던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게 이야기를 풀어봐야 뭐하는가. 읽을 사람이 읽지 못하면 그뿐인 걸.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런 이야기를 적은 것이 아닐까 한다.
<촛불>의 내용은 그저 일만 하는 선량한 농부와 관리인의 힘겨루기가 등장을 하는데 그는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았으니 일방적인 견제라고도 볼 수 있겠다. 너가 아무리 그래봐라 내가 눈깜빡이라도 하나보자라는 듯이 묵묵하게 일만 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 방송중인 드라마의 무쇠라 불리는 캐릭터를 닮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복이 내리고 그를 괴롭히는 관리인에게는 벌이 내릴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무엇 때문에>라는 다소 통속적으로 보이는 제목에서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딸만 둘인 집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큰 딸은 당연히 자신에게 청혼을 할 것이라 여기며 머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떠나버렸다. 알고 보니 그는 큰 딸인 아닌 작은 딸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직 열다섯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설정을 보니 지금 미성년자와 사귀었네 마네로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한 배우가 생각이 났다. 그 옛날 소설 속에서도 이럴진대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가 의문이 든다. 후반부로 가면서 추방되어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를 찾아서 떠난 그녀의 이야기가 부각이 된다.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듯 했으나 아이들이 병에 걸려 죽고 결국 남편을 탈출시키기로 한 그녀. 그녀의 계획은 성공을 할까. 그녀는 왜 무엇 때문에?라는 문장을 외치게 되었던 것일까. 이미 알고 있던 표제작보다도 처음 보았기에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