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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암행
  • 정명섭
  • 15,120원 (10%840)
  • 2025-02-10
  • : 9,430

바로 이런 거였다. 내가 정명섭 작가라는 이름으로 원하는 작품은 말이다. 정통적인 역사 소설 같으면서도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그런 형태의 글이 가장 정명섭다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그러하다. 여타의 다른 작품들을 떠나서 말이다. [조선의 형사들] 이후로 이런 느낌은 또 오랜만이다. 이 주인공들이 그대로 다음 작품에서 나와서 활약하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무언가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닐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분명 다음 이야기가 나와주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분명 살아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화살을 맞으면 그 자리가 금세 아문다. 이것은 판타지인가. 자고 일어나니 아내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죽임을 당했다. 칼을 들고 있던 그는 피해자 가족에서 용의자가 되어 있다. 이것은 추리스릴러인가. 아버지의 고향을 따라서 내려가는 길에 탐관오리들을 처단하고 백성의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히스토리물인가. 무언가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온갖 요소들이 다 모여있는데도 불구하고 혼란스럽거나 지지부진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느낌뿐이다. 잘 비벼진 한 그릇의 비빔밥같다나 할까.

암행이라 함은 암행어사가 지역을 순찰할 때 몰래 자신을 숨기고 돌아다님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던가. 여기 졸지에 모든 가족을 다 잃고 혼자가 되어 버린 송현우가 가장 암행에 걸맞은 사람이지 싶다. 암행어사로 임명이 되었고 혼인을 했고 앞으로 유망하기만 할 미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신혼 첫날밤에 아내는 피칠갑을 한 채 죽었고 어머니를 찾았으나 종과 함께 죽어 있었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아버지를 찾았으나 그 역시도 옷을 단정히 입은 채 머리가 날아갔다. 이 가족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친구 이명헌의 동생을 아내로 맞았다. 이명헌은 송현우와 절친이었다. 하지만 이 지경이 되고 나니 절친이 아니라 반드시 처단해야 할 원수가 되어 버렸다. 그는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그를 쫓는다. 이제는 가짜 암행어사가 도망을 가고 진짜 암행어사가 뒤쫓는 형국이다. 한편 그를 좇는 것은 이명헌이 전부가 아니었다. 임금은 자신의 사위를 시켜서 가족몰살 사건을 조사하게 시킨다. 그는 어떤 결론을 내어 놓을까.

처음에는 평범한 옛시대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쯤으로 생각하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유명했던 [퇴마록]을 떠올리게 된다. 한때 그 재미에 빠져서 밤새는줄 모르고 읽었던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그 뒤를 이을수 있지 않을가. 퇴마록에 월향이 있었다면 암행에는 낙죽장도가 있다. 퇴마록에 김신부가 있었다면 암행에는 진운과 검은개 어둠이 있다. 이 이야기도 퇴마록처럼 시리즈로 이어져야만 한다. 송현우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어야 한다. 자신은 복수를 했을지 몰라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지 않은가. 확실한 결말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작가의 머리속에만 존재할뿐 말이다. 작가를 어디다 꽁꽁 가둬두고 어서 다음 이야기를 내놓으라고 요청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현대판 미저리가 따로 없구만.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몰아치지만 허물지는 못하는 파도요 분노를 다스린다면 모든 걸 날려버릴 수 있는 폭풍이라던 문구가 머리 속에 잔상처럼 남았다. 가족을 모두 잃은 현우에게는 분노가 그대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그는 분노를 다스릴까 다스릴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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