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니루 오리토카 키니쿠노 메론토카
아마도 원서 제목을 그대로 읽으면 이런 발음이지 않을까. 일본어 번역서를 볼 때면 영어로 표기된 걸 따라서 읽어보는 취미가 있다. 셔닐 손수건이랑 노란 과육의 멜론이랑. 이런 식으로 번역될 수도 있을 듯.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셔닐 손수건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 알고 보니 자신들이 잘못 이해했다는 그래서 알고 보니 오해가 많은 인생이라는 소리. 결국 이 책의 제목은 오해 많은 인생인건가.
누군가는 가오리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 현실에서는 욕 먹을 짓들을 하는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 대상이 여자라면 이 이야기를 완전 흥미로와 할 것이며 가오리의 작품에 대한 인상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불륜이라고는 일도 없는 이른바 쓰리 걸즈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학창시절부터 친했던 세 명의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리에와 다미코와 사키. 셋은 오십대 중반의 여자들로서 사십 년 정도의 우정을 자랑하는 사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된 내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 속처럼 셋은 아닌 단 둘이지만 (아마도 리에가 빠진 나머지 둘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나와 내 친구의 성격과 비슷할 것 같다.) 저들보다 한 십 년 정도는 못 되는 기간의 우정이지만 (남들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기간일 수도 있다.) 살아온 인생에서 모르고 지낸 기간보다 알고 지낸 기간이 더 긴 내 친구와 나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저 셋의 그저 단순히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냥 슥 흘러가 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영국에서 살던 리에가 일본에 돌아와 한동안 다미코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결혼과 이혼을 해 본 리에와 평생을 혼자 산 다미코 그리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는 사키. 셋 다 정말 공통된 환경이 없기에 이 정도 되면 안 만나는 일이 더 많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용케 그들은 우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것은 저마다의 성향이 달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주 친한 사이라고 자주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년에 한 번 본다해도 어색하지 않은게 진짜 친구 사이임을 너무 잘 안다.
리에의 번잡스러운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mbti로 본다면 분명 e에 속할 것 같은 그녀는 누구나와 편하게 지내고 할말 안 참고 다 하는 그런 성격을 보이지만 그녀도 깨닫듯이 그녀도 낯을 가릴 때가 있다. 내가 그녀 같지 못하기에 그런 성격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엄마와 둘이 사는 다미코. 히야 할 말을 하지 못해서 손해를 볼 때도 있다. 그렇지만 마냥 착한 것과는 또 다른 이미지. 나는 아마도 그녀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녀들 셋에 연결된 부수적인 조연들까지 이야기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개성이 통통 뒨다. 마지 내가 좋아했던 소설의 제목인 [소란한 보통날]을 연상시키듯이 말이다. 언제나 보통날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소란스럽기만 하다. 그것이 인생이다.
결론
에쿠니 가오리와 김난주의 조합이라면 언제나 옳다.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