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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
  •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 16,200원 (10%900)
  • 2024-10-04
  • : 71,58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복자에게. 내가 혼자 읽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지도 모를 순문학소설이다. 같이 읽기로 읽고나서야 알았다. 순문학도 장르문학만큼 재미난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장르소설을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범인이 누구였는지 잘 잊는다. 그것이 내가 잔인한 소설을 보면서도 계속 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에 반해 이런 문학소설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 범인이 누군지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아닌 주인공이 나오고 그 주인공의 인생이나 그외 다른 이벤트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려나.

김금희 작가의 이름을 보는 순간 복자에게가 생각이 났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에 눈이 간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 그 말에 공감한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그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홀로그램이 들어가서 무지개빛이 아른거리는 표지의 온실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그냥 평이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석모도에서 사는 영두라는 여자가 은혜의 소개를 받아서 창경궁 안의 대온실을 수리하는 일을 보고서로 작성한다는 이야기. 제목에서부터 떡하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 평범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김금희 작가의 자료조사와 맛깔나는 문장으로 엮여지면 세상 재미나는 이야기가 된다. 영두라는 아이가 섬에서 나와 서울 하숙집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 이야기 하며 그러다 친구였던 은혜랑 갈라졌던 이야기, 그러다가 또 대온실을 수리하는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자료들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인 부분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두의 어린시절부터 살아온 이야기와 동시에 지금 같이 온실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일도 있어서 오피스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부분들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분명 웃음이 지어질 그런 부분들이다. 예전에 건축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이야기가 드라마화 되기를 바라본다.

온실의 수리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원래 역사적 배경이 있는 장소이다 보니 그냥 마구잡이로 내가 하고픈 대로 건축사나 의뢰자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기존에 거기 있었던 틀을 유지도 해야 하고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도 알아야 하고 이래저래 걸리는 것이 많은 작업이다. 일종의 문화유산을 되살려내는 작업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창경궁에는 동물원이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그곳도 한번 갔던 것 같기도 한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엄마가 있다면 물어보고 싶은데.

은혜의 딸인 산아와 영두의 에피소드도 소소한 재미다. 이모라 부르면서 영두를 따르는 아이는 엄마인 은혜보다 오히려 영두와 더 친한듯이 보이기도 한다. 스스럼 없이 지내는 그런 모습들이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가 다 편안함만 안겨주면 그것 또한 재미가 없지 않은가. 온실 일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부딪히는 사건들이 발생을 한다. 그 옛날 창경궁에서 원예 작업이 있었을 때의 담당자도 그리 평탄한 삶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때 당시 포도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면서 글을 읽어가는 내내 포도가 먹고 싶어졌다. 영두가 작성해야 하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완벽하게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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