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갔을 때 마땅히 빌릴 것이 없을 때는 주로 작가 이름에 의존한다. 가장 쉽게 잡아드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 워낙 나온 책이 많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거의 오십권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초창기 소설은 아직도 못 읽은 책이 많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잡는 것이 바로 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이다. 케네디의 책은 게이고의 책처럼 장르소설이라 딱 규정지어 말할 수가 없다. 분명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읽었었다. 그런데 다른 책을 읽으니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지고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도 드는 것이다. 이토록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는 케네디의 소설. 이번에는 바로 첩보 스릴러다.
203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미국이 분리된 나라임을 보여준다. 36년이면 별로 멀지도 않은데 지금으로 부터 겨우 십년이 조금 더 넘은 시대가 아니던가. 이토록 멀지도 않은 미래를 설정한 작가의 배짱도 놀랍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상태가 더욱 놀랍다. 지구상에서 한 나라가 나뉘어진 것은 우리나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여기 가장 강대국이라는 미국이 둘로 나뉘어진 것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둘로 나뉜 이 나라는 전혀 다른 자신들만의 기준과 규칙과 문화를 만들면서 생활하고 있다. 공화국연맹은 조금 더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반면 연방공화국은 그나마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연방공화국도 모든 사람들에게 칩을 심어서 사생활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휴대폰도 필요 없고 모든 것운 생각만하면 그대로 실행이 되고 모든 먹는 것을 계산해서 몸에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가 하면 생각하는 것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는 편리하다고 생객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생각에 찬성할 수 없었다. 기독교가 우선인 공화국연맹에서는 그런 것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마치 성경 계시록에 나오는 악마의 표와 같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작가가 그런 점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부분이긴 하다. 이 부분은 앞쪽 화형 장면을 설명할 때도 언급이 된다.
이복 자매가 서로에게 총을 겨워야만 한다는 사실 서로가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흥미로왔는데 그외 미국이 둘로 나뉜 이유라던가 각 나라만의 특징이라던가 그 나라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많은 부분에 할애하고 있어서 첩보 스릴러라기보다는 사회학 강의같다는 느낌이 드는 앞부분은 마치 뒤쪽 띠지에 장강명 작가가 케네디에게 사회학자도 함께 있다고 한 말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게 된다. 물론 기존의 첩보 스릴러도 그런 면에 중점을 두는 부분도 있다. 힐러리가 썼던 그 작품도 역시나 그러했다. 그런 부분이 혹시나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겠으나 그게 또 핵심일 수 있느니 진득하니 이해하며 읽어보는 것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재미라 느낄 수가 있겠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에서 일을 하는 스텐글 요원. 그녀는 중립지대로 이동을 하고 타깃을 죽이라는 임무를 받는다. 문제는 타깃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외동이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가족이라곤 있을리가 없는데 케이틀린 스텐글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온다. 그녀가 자신의 이복동생이란다. 거기다 그녀도 자신을 죽이려고 한단다. 이 무슨 비극적인 운명이란 말인가.
오바마를 비롯해 트럼프까지 언급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지금 시점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어 현실성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중에 실제로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하게끔 만든다.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은 왠지 모르게 한국과 북한을 연상케도 된다. 아마 케네디는 그런 점도 생각하지 않았을가. 단 두 명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사건은 그들 자매 두 명의 인생을 넘어 연방공화국 대 공화국 연맹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잇겠다. 여기서 살아남는 것은 누가 될까. 훌륭한 첩보무비가 될 것 같은 느낌의 소설. 분명 누군가는 탐했으면 좋겠다. 영화화가 시급한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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