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라면 한새마 작가의 단편은 믿고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읽었던 송 작가의 단편집보다도 더 좋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보다도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라면 내가 애정하는 작가의 리스트에 올려도 좋겠다 싶다. 장편소설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을 읽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장편소설보다도 단편 소설이 들어 있는 이 책이 더 좋았다. 나는 원래 장편을 더 좋아하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이 책은 작품성이 뛰어난 그리고 흥미로움을 빼놓을 수 없는 단편들이 가득하다. 제일 앞장에 있는 같은 동료 작가들과 블로거들의 찬사가 이해되고 남는다.
<낮달>은 처음부터 디스토피아적인 냄새를 풍긴다. 오염자들, 개 떼, 폐허 그리고 변이자까지 각종 단어가 다 그런 느낌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듯하다. [노비스 탐정 길은목]이라는 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을 무렵 마지막에 크게 한번 뒤틀어준다. 조금씩 분위기가 바뀐다 생각했을 때 알았어야 했다. 이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서술트릭에 넘어갔다고도 볼 수 있는 이야기다.
표제작인 <엄마, 시체를 부탁해>는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만큼 탄탄한 이야기는 역시나다. 갑자기 걸려온 딸의 전화. 자신이 누구를 죽였는데 어떻게 하냔다. 지가 죽여놓고 왜 엄마를 부르냐. 하지만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났고 장애를 가지고 있다. 엄마는 그것이 자신의 탓인듯 하여 아이의 모든 것을 지나칠 수가 없다. 아니 비단 장애를 가진 아이가 아니어도 자식을 가진 엄마라면 다 같지 않을까. 아이의 아빠와는 이혼을 했다.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은 했지만 패스. 일단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간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내가 생각한 것이 이게 아닌가? 아이가 죽인 것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 수도 있나? 하지만 엄마가 옷을 벗겼는 걸. 바보같은 생각을 잠시 했다. 엄마는 어떻게 시체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이 역시도 전반부에 전혀 짐작하지 못할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런 재주를 부린 것을 보면 역시 한 작가는 미스터리 단편의 여왕이다.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라는 작품은 배양실과 배양소, 휴먼더미라는 말이 나온다. 인간의 장기를 소재로 해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아직은 완벽한 대체품이 없기에 신장이나 간 같은 것은 생체 이식이 가능하고 심장은 뇌사자의 것이 이식이 가능하다. 이식을 해야 하는 사람은 많고 공급은 없다보니 불법거래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휴먼더미를 만들 수 있다면 그런 불법은 사라질까. 여기도 아들의 장기를 기다리는 엄마가 등장을 한다. 배양소가 오염된 것을 알고 찾아가는 엄마. 여기 이 배양소 분위기는 마치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에서 나오는 냉동인간이 있던 곳을 연상케 되기도 한다.
<마더 머더 쇼크>라는 다소 이상한 단어의 나열의 제목은 황금펜상 우수상을 차지했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제목이 그대로 다 말해주고 있는 듯한 작품이다. 자살을 하려는 한 여자. 차 창문에 정해진 대로라면 자신은 아들을 죽였고 그로 인해 자살을 하려는 건데 또 손바닥에 적어 놓은 것을 보면 아닌 것도 같고. 여자는 계속 혼란스럽다. 한 여자의 자살을 소재로 해서 진행이 되는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여겨진다. 괜히 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싶다.
마지막 이야기인 <여름의 시간은> 다 읽고 나서 끝에서부터 다시 앞으로 돌아가며 읽었던 이야기다. 연대가 표시되어 있는데 그 연대가 뒤로 갈수록 점점 이전의 숫자가 나온다. 즉 이것은 이야기를 역순으로 전개한 것인데 그래서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시드니에서 차를 타고 이동 중인 남편과 아내. 아내는 자신이 마침내 무혐의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 그들에게 중앙선을 넘어 다가오는 유조차 한대. 단순 교통사고일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