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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문고
  • 약관대 강당당 노무현
  • 황이수
  • 10,800원 (10%↓600)
  • 2023-03-30
  • : 1,334

이 책을 받고 근 한 달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읽기에 뜸을 들인 것이다. 여느 책 같으면 받은 즉시 독파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가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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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은 흐트러진 자세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평소 생각해 왔다. 노 대통령이 직접 쓴 책을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대해 쓴 책도 자세를 가다듬고 나서야 읽었다. 아니,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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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낸 황이수가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했다. 책 이름이 <노무현>이다. 하지만 이 이름으로 내용을 가늠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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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 이름 앞에 노무현의 삶을 압축해 놓은 수식어를 배치했다. '약관대 강당당'이 그것이다. 한자로 부언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弱寬大 强堂堂'(약자에게 관대하고, 강자에게 당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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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치가 그렇지 않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 앞에선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이런 흐름을 지금 정치하는 동네에서 주도한다. 정의와 진리가 사라지고 정파의 패권 놀음이 판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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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비서관은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참모이다. 본인은 연구소 연구원으로 불러 주기를 바랐지만 노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비서가 되어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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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personal assistant(비서)는 확고한 신뢰 관계 속에서 돕는 사람을 가리킨다. 황 비서관에 ‘비서’ 내지 ‘참모’로 쉬 부른 것은 그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종 이러한 흐름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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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대 강당당 노무현>(나무의 숲, 2023년 3월 출판)을 두 시간만에 완독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부피가 많지 않다. 신국판 160쪽의 분량이고 글자 크기와 행간도 널찍해 읽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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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쉬운 단어와 매끄러운 문장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게 한다. 지은이의 숙련된 문장력이 돋보인다. 내가 읽으면서 사전을 찾아본 것은 '학익진 대형'(122쪽)이 유일하다. 한자(鶴翼陣 隊形)에서 온 단어로 학이 날개를 편 것처럼 줄을 서 있는 모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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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냄새 나는 노 대통령이 끄는 매력이다. 황이수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점이다. 서민의 풍모로 표현하고 있는 서민 이미지는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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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귀족 이미지와 맞선 노의 서민 이미지 때문이었다. 노무현 이전의 대통령은 서민과는 별개의 특별한 존재였다. 노무현 대통령 때 비로소 우리와 같은 사람,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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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야사(野史)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성실한 비서관의 눈을 통한 노무현 알아보기이다. 지은이 황이수는 노 대통령의 좌우명 '약관대 강당당'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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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내지 세계관의 합치 없이 쓸 수 없는 글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이런 좌우명으로 살고 정치를 했다고 해도 보좌하는 비서가 타산적이며 개인 이익 추구형이라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황이수가 노 대통령의 좌우명을 자기 것으로 삼은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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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는 글과 닫는 글을 제외하면 33개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이는 한동안 백수 생활을 하며 청와대 비서실 복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복귀를 못했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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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찾은 곳이 백담사였다. 그곳에 걸려 있는 장작 패는 전두환 사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144쪽). 백담사는 독립선언서 33인 서명자 중 한 분이면서 민족시인으로 잘 알려진 한용운의 채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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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선언서 33인, 이 책의 글 33꼭지... 의도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렇게 연결 짓고 보니 나도 모르게 옷깃이 여미어졌다. 민족을 최애로 생각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에 붙들려 있어서일까. 자기도 모르게? 나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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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비서관은 노무현과 함께 하는 오랜 기간 언론을 담당했다. 홍보 베테랑이다. 그의 입을 통해 전해 오는 그들만의 은어도 흥미롭다. '비서 쪼가리'(15쪽), '주먹말'(19쪽), '악마의 편집'(30), '땅개'(117쪽)...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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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발표했던 원고를 모아 출판한 것이 아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쓴 것들을 모아 출판했다. 굳이 장르로 묶자면 가벼운 장편(掌篇, conte)이라 할 수 있겠는데,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와 전달의 강도는 여느 논문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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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 쓰고 싶은 것을 다 못 썼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158쪽).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개인이 거기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봐서 후속 글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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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5월 23일)이 노 대통령이 가신지 딱 14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의 정치 풍토는 메말라가고 있고 진영 논리 앞에 정의와 진리가 발붙일 틈이 없다.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이 더 그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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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책으로라도 이런 지도자를 만나보자. 황이수의 <약관대 강당당 노무현>은 지도자의 순수한 마음을 만나게 해 주어서 좋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이 출렁임을 느끼게 된다. 기쁘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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