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산 책임에도 몇장 넘기다가 실망하여 덮어버리는 책들이 종종있다. 그러한 책들은 책장에 부피만 더하다가 먼지가 두텁게 쌓일 때쯤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억속에서도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책들 중에도 가끔은 의외의 경로를 거쳐 다시 손에 잡히고 끼니를 건너뛰며 다시 읽혀지는 책들도 있다. 그런 책들을 발견하는 일은 독서의 커다란 즐거움중의 하나이다. 책에게 송구스런 마음이 드는, 사라지지 않고 결국 나타나주어 고마운 책들을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이 책 괴테와의 대화도 그런 책들중의 하나였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하는 순간이 있다.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책을 마주할 자세, 황폐와 공허의 순간에 그 어떤 정신의 고양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의 시간들을 책은 기다리고 있었던 것, 마침내 왕성한 식욕으로 정신의 허기를 채워가는 순간에 도달한 것이다.
책에 대하여 간략히 말해 보자................ 빛나는 세월을 지나온 괴테, 이제 그도 80이 넘은 노인이 되었다. 에커만이라는 젊은 괴테 숭배자를 만나 정치 경제 문학 예술 등 인생의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 놓는다. 그러나 결코 회고조가 아니다. 괴테의 관심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한이나 찬미가 아닌 지금과 미래의 다리로서의 현재에 있다. 여전히 현역으로서 파우스트의 종결부분을 고민하고 동시대의 작가들이나 정치, 예술에 대하여 논박하는 모습은 나이 먹지 않은 푸르른 생명나무의 모습 그대로다. 늙었으되 고루하지 않고 젊었으되 경박하지 않았던 괴테의 인생을 이 책을 통하여 확인하게 되었다. 80이 넘었어도 20대의 싱그러운 지혜의 우수성을 인정할 줄 아는 혜안, 이 땅의 삶에서 얼마나 영원적인 것을 추구하는가 하는 것이 또 다른 삶인 영원한 삶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관건이라는 그의 말은 얼마나 공감이 되는 말인지......... 이 책은 이 짧은 리뷰로 다 말할 수 없는 지혜와 영감의 보고가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괴테의 참 모습을 알고자 하는 이, 아니 혼란스런 삶에 지혜와 정신의 고양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