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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



















거울 저편의 거울 - J에게



조용히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면서

더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했다 너, 요즘은 아주 빠르게 걷는구나 학교 다닐 때 너는 아주 빠르게 걷거나 아주 느리게 걷는 아이였는데 졸업하고서 한참 뒤에 내가 아주 느리게 걸을 때 너를 보고 싶었던 건 네가 아주 느리게 걷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는데 그때 만일 갑자기 너를 만난다면 네가 아주 빠르게 걷고 있었으면 했는데 그건 네가 아주 느리게 걸었던 몸으로 아주 빠르게 나에게 걸어올 수 있었을 테니까 내가 정말 너를 우연히 거리에서 보았을 때 너는 정말 그렇게 빨리 걸어오고 있었는데 나는 아주 느리게, 거의 멈춘 채로 걷고 있었는데 네가 내 이름을 부른 순간 나는 입술이 일그러졌는데 그건 울기 위해서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글썽이기 시작했는데 그건 단지 내가 아주 느리게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단지 너는 아주 빠르게 걷는 사람의 팔로 짧게 나를 안아주었는데 나는 그걸 잊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내가 물었을 때 너는 그날을 기억 못하겠다고 했고 그때 나는 생각했는데 그건 네가 아주, 아주 빠르게 걷던 때였기 때문일 거라고



왜 이렇게 춥지,

네가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꽤 춥구나.



몇 번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시간을 가지고 읽고, 천천히 읽고, 소리내서 읽고, 읽다가 문단을 잃고, 읽다가 웃기기도 하고 이건 블로그에 적어봐야겠다 한 시

옮겨 적어보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꺼야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완전히 이해해 머리 속에 남기진 못했다.


제목을 옮겨 적을 때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가 아닌 서랍을 저녁에 넣어 두었다고 적어버리는 나

[출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작성자 백지0

[출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작성자 백지0



[출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작성자 백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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