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책의 저자는 가키야 미우로 일본인이다. 깔끔해 보이는 일러스트와 책 제목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져서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줄 책이라는 기대는 못했지만 읽는 동안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었다. 메인 주제는
#귀농 #도시 여자
#결혼 적령기의 여성
#일본 농촌
#여성인권 #독립심 정도로 귀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저서들을 보면 저출산율, 고령화, 지진 등 일본에서도 크게 화두가 되는 문제들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소설로 재밌게 읽어져서 가겹게 느껴지지만 무거운 주제들을 사회 풍자로 풀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저자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책의 제목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70세 사망법안, 가결> 만 보아도 나 자신이 어느 정도 항마력을 갖춘 뒤 읽고 싶다. 무거운 주제의 책 들이지만 정말 매력적이게 재밌는 건 사실이다.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의 주인공은 서른두 살의 미즈사와 구미코인데 한순간 직장도 잃고 같이 동거하던 애인에게 마저 이별을 통보받는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구미코는 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봉착하는데 귀농을 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구미코가 귀농을 하면서 좌우충돌하는 이야기들과 폐쇄적인 일본 사회 분위기 속 30대 독신 여성이 농촌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모습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나에게도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다.
책 챕터를 달월로 표시한 건 신의 한 수다. 읽고 난 뒤 각 분단의 소제목을 다시 읽어보면 구미코와 함께 동화된 것처럼 여러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예전에도 일본 여자들의 인권이 바닥인 건 알고 있었다. 해외 유학을 하는 일본 친구들도 대부분 단기연수하거나 대학교를 끝내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수순인데 이 친구는 욕심도 많고 성취욕도 높아서인지 오래도록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점도 신기했지만 또 하나 다른 점은 자신을 흔한 일본 여자에 틀에 맞추어 보는 시선을 경멸할 정도로 싫어했다. 사실 내가 자주 봐왔던 일본 여자 친구들과도 조금 달랐다. 일본 여자들은 고분고분하다던데, 애교가 많다, 목소리가 귀엽다, 귀여운 걸 좋아한다 등 발언을 해서 트러블이 일어나는 걸 꽤 많이 목격했는데 그런 당사자는 얼마나 자주 그 지긋지긋한 편견을 견뎌야 했을까? 외국에서도 일본 여자를 쉽게 생각하고 무조건 들이대는 걸 너무 자주 목격하는 걸 봤기에 이 친구가 열 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소설 주인공인 구미코 역시 불도저 같은 성격을 정말 본받고 싶다. 사회 분위기와 시선 자체마저 숨을 막히게 하는데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 없이 더 폐쇄적인 농촌에서 혼자 삶을 꾸려나가며 굴복하지 않는 모습. 소설이었지만 언제나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