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쌓이는 책이 많아지는데다 사람들이 자꾸 관심을 가져서 - 나는 관심종자가 못되어서 책박스언박싱을 하라는 종용을 받을 때 좀 무섭다. 모름지기 책배는 혼자 있을 때, 그 내용물을 주문한 것은 나 자신이어서 무엇이 들어있을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설레이며 포장을 뜯는 것이 제 맛이라 생각하고 있거늘.
아무튼지간에 그래서 혼자 책박스를 뜯어보기 위해 사무실이 아닌 집으로 책배를 받고 싶은데, 집에는 큰 박스를 대문 밑으로 넣을수도 없고... 그래서 편의점으로 배송받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받아서 가거나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있으니 그리 불편한 건 없었다. 주문 한 건에 이백원 캐시백도 주니 이것도 좋고.
그런데.
편의점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도착한 택배를 찾으러 집에서 일부러 편의점까지 갔는데 편의점 사장님이 기다리라고 할때까지만해도 그냥 그런가 싶었다. 지난번에도 지지난번에도 지지지난번에도, 그렇다, 늘 택배 확인 코드를 보여주라고 하는데, 알라딘 배송은 없다고 하면 그걸 또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잊어버렸다며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그런데 이번은 전화연결만도 5분이 넘게 걸렸고, 통화하면서 5분, 그러다가 다른 손님이 오니 기다리라면서 계산을 하고 또 5분, 다시 전화연결 통화하면서 처리하느라 5분....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런 무례함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냥 두번다시 보지 않기로 하자, 라는 결심으로 꾹 참고 택배를 받았다.
그리고 택배를 받으려는데 새삼스럽게 내것이 맞는지 확인을 하라는 말이 들리는 듯 하더니 편의점 사장님이 대뜸 '손님이 아무것도 안들고 오셨어요. 어떻게 확인해요'라는 말을 하는거다.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뭔 소린가 싶어, 휴대폰을 꺼내 택배사에서 온 문자를 보여줬다. 내 휴대폰을 갖고 가려길래 문자를 확대해서 보시라, 들이밀었지만 그것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냥 송장번호를 불러줬다. 그리고 확인 끝.
몇십분만에 받은 택배는 글쎄.
이모양이었다.


편의점 배송을 하면서 큐알이나 바코드를 넣어주시라, 라는 얘기는 꼭 필요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동네 편의점 사장님이 유일무이하지않을까 싶은데 - 다른 알바생들은 몇번의 기계조작으로 능숙하게 찾아내니 말이다.
하지만 책박스가 저리 뭉개진 건 아니지 않은가.
배송예정일보다 늘 하루이틀 늦는 것 정도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책주문을 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