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덕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문구류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장식이 되는 문구라면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구매를 하곤 하는 편이라 문구 대백과 도감 책을 봤을 때 무조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문구 대백과여서 살짝 고민이 되기는 했지만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문구의 반은 일본제품일뿐이고, 비슷한 필기구에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뭔가 느낌이 달라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디자인의 국내제품일때도 많아서 아직까지는 일본 문구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모든 문구가 일본 제품이 우수하다거나 우리가 일본 제품을 모방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문구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니라고 부인할 수 만은 없는것은 사실 아니겠는가.
이 책의 구성은 무려 1895년부터 시작하여 2018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대별로 문구의 변천사와 일본의 주요 역사요약이 담겨있으며 각종 문구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일본 문구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이라고 되어 있는데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문구들이 많으니 큰 감흥이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물풀을 사용하다 딱풀이 나왔을 때, 이제는 딱풀이 아니라 풀테이프를 사용하고 있는 변천사를 떠올려보면 새로운 것을 봤을 때의 느낌은 늘 놀라움이었으니 '결정적 순간'이라고 할만하기도 하겠다.
모든 문구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지 사실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는 것은 책에 대한 흥미를 좀 떨어지게 하고 있어서 어느 순간 책장을 넘기다 익숙한 문구나 흥미로운 문구를 보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컬러감이 좋은 것은 확실히 눈에 잘 띄고 마카롱이 유행할 때 문구에도 그 유행을 타 클립함이 마카롱 모양인 것은 아이들의 노트표지나 연필 디자인이 최신 유행 캐릭터로 도배되는 것과 비슷해 다 비슷하게 연결이 되는 느낌이다.
문구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이라 그 변천사에서 역사를 본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미술사와 관련해서 나무에 그림을 그리다 캔버스 천에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림 제작이 쉬워졌으며 이건 또 물감의 발달과 다양한 색의 실현이 그림을 또 발전시키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며 이런 도감 책이 박물관을 구경하듯 재미있다.
책을 보면서 귀여운 모습이 눈에 띄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몬스터모양의 친환경 종이 클립인데 표시용으로도 좋지만 봉투에 풀칠을 하지 않고 다양한 모양의 클립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유성펜으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면서 쓰는 밴드타입의 기록지 역시 탐나기는 하지만.
문구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설명을 읽고 사용해보기도 한다면 더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자주 사용하는 문구의 변천사도 알게 되고 새로운 문구 제품도 알게 되고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칼, 펜의 모습 그대로 책에 이미지가 실려있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나름 재미있는 책이다.